[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청와대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으로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수행단의 공직기강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정수석실은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번 방미의 전 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과 같은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짚어보고, 해외순방 매뉴얼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허 실장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향후 대통령이 중국 등 해외 순방을 가실 때 그 매뉴얼에 따라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해외순방때 많은 인원의 수행단이 움직이다 보니 전체적인 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숙소를 이탈해 밤새 술을 마시고 추문을 일삼은 것도 인력 관리의 부재가 주된 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실제 윤 전 대변인은 방미 수행 기간 내내 부적절한 술자리를 갖고 수차례 만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미국 방문 첫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술판을 벌였다. 그는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인근 회의실에서 인턴 5~6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후 밤 늦게 호텔 방에서 인턴을 불러 “술을 마시자”고 권유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틀 후 사건의 전조였던 셈이다.
윤 전 대변인은 6일 워싱턴DC에 도착해서도 한 중국 음식점에서 인턴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번 방미 최대 행사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였는데도 그는 상당히 취해 있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인턴을 대동한 술판은 7일에도 이어졌고 결국 그날 밤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윤 전 대변인은 방미 기간 내내 인턴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윤 전 대변인의 행각은 제 때 보고되지 않았으며 그의 행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도 없었다. 만약 뉴욕에서의 부적절한 술자리에 대해 지적이 있었다면 워싱턴DC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청와대가 해외순방 수행단의 공직기강 해이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직접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수행단 일부가 공직기강팀의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하면서 “이번에 공직자의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시 수행단에 금주령을 내리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