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이데일리와 서울파이낸셜포럼이 공동 주최한 국제금융컨퍼런스(IFC)가 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세계 금융환경의 변화 한국 금융의 3대 긴급과제를 주제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금융산업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고 이에 근거해 정부와 금융권에 대한 정책 제안을 도출했다.
특히 네 차례의 세션을 통해 ▲원화의 국제화 ▲프로젝트 파이낸싱 육성 ▲벤처캐피털 활성화 등을 놓고 심도있는 토론이 벌어졌다.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국내외 금융전문가 20여명이 참석했으며, 400여명의 청중들이 자리를 함께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축사와 특별연설을 통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컨퍼런스의 화두는 한 마디로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에 맞춰졌다. 큰 위험없이 보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무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일제히 한국의 금융산업의 커다란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정부와 금융권이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컨퍼런스 공동의장인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이 우려되고 이는 고용부진과 소득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를 해결키 위해서는 경제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금융부문의 중장기 개혁과제도 도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축사를 통해 이날 3대 긴급과제에 대해 공감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육성과 벤처캐피털 활성화에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데이비드 엘든 "외국자본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이사회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외국자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꼽았다. 엘든 의장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국에선 미국자본의 위협으로 보는 사고가 존재한다"며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을 `침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파트너십을 통해 경제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경제적 매력은 금융부문의 경쟁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이탈리아 출신 헐리우드 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성적인 매력은 내부에서 나온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한국이 금융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배격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중국을 소개했다. 엘든 의장은 "두바이는 외국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 경제력을 높여왔다"며 "한국도 국제 금융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외국기업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금융회사 역시 시장개방과 함께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면서 자본은 물론 전반적인 위험관리 능력도 전수받고 있다"면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한국 역시 의지만 있다면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론 취약한 법제도와 경직된 노동시장, 낙후된 기업의 지배구조 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아시아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며 "특히 서울은 싱가폴과 상하이, 도쿄 등에 이어 새로운 금융허브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리우 셍준 "원화 국제화, 한미FTA가 기회"
컨퍼런스 1세션 `원화의 태환성 부족과 위기의 금융시장`을 주제로 발표한 리우 셍준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국제금융연구소 부소장은 "한미FTA가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좋
은 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탄탄한 외환보유고와 높은 국내총생산(GDP), 안정적 거시경제 환경 등을 원화 국제화를 위한 기본 조건으로 꼽았다.
리우 부소장은 특히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가운데 서울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질 경우 원화의 태환성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협소한 외환·금융 시장과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정부의 과도한 금융규제 등은 원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제약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나온 한국 정부의 각종 규제는 외부인들에게 복합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금융규제는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일관성 등을 충족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는 과도한 수준이라는게 그의 입장이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정도와 관련해선 "한·중 양국이 통화의 태환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처지는 같지만 중국은 더 갈 길이 멀다"며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10~20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 필립 에르퀴아가 "한국PF, 국제시장 진출 시급"
필립 에르퀴아가 아시아개발은행(ADB) 민간사업부 국장은 2세션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 역량 부족과 기회의 상실`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이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채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제PF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는건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간 서로 다른 환경을 이해할 때 협조금융도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금융지원 경험이 많지만 국제PF 시장의 주요국으로 보지 않는다며 한국은 국내시장 기반의 PF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국제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아 지역내 PF 시장에 대해 "7~10년 이상 장기적인 프로젝트 금융의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스콧 보스 "불가능을 가능하게..벤처캐피탈 지원 중요"
스콧 보스 하버베스트 파트너스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컨퍼런스 3세션 발제자로 나서 "지금은 벤처캐피털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며 "혁신기술이 있으면 그만큼 확산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티켓몬스터 등의 혁신도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털의 성공을 위해선 트렌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애플의 성공은 기업가정신과 벤처캐피털의 성공적인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시장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컨퍼런스 4세션 `한국 금융의 미래 전략`에서는 국내 금융의 발전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우선 우리나라의 금융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같은 시장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엘든 전 HSBC 회장은 "시장 개방한다고 해서 한국이 떠밀려 갈 것이란 우려를 느낄 필요가 없다"며 "규제가 과도해 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를 낳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규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 나라의 외환시장 등 전반적은 금융시장이 매우 국내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은행의 비중이 너무 큰데다 보험, 증권,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글로벌 트레이드가 없어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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