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프리퀄, 또는 스핀오프? '틱틱붐'입니다[알쓸공소]

장병호 기자I 2024.12.13 14:10:34

뮤지컬 작곡가 조나단 라슨 유작
30대 진입 앞둔 청춘의 불안 담아
''렌트'' 마크의 녹음 메시지 등장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청춘 그려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뮤지컬 ‘틱틱붐’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년 전 이맘때쯤 ‘알쓸공소’를 통해 <에이즈·X세대·조나단 라슨…‘렌트’를 읽는 세 가지 키워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뮤지컬 ‘렌트’와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1960~1996)에 대한 약간의 ‘팬심(心)’을 담아 쓴 글이었는데요. 1년 만에 다시 조나단 라슨을 다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조나단 라슨의 유작인 뮤지컬 ‘틱틱붐’이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틱틱붐’은 1990년 막 서른 살이 된 조나단 라슨이 직접 극본을 쓰고 작사·작곡한 뮤지컬입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로의 꿈을 키우며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창작에 매진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라슨이 ‘렌트’의 브로드웨이 공연 개막을 앞둔 1996년 1월 25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한동안 묻혀 있었던 작품입니다. 라슨의 사후 친구들의 노력으로 원래의 1인극을 3인극으로 재정비해 2001년 6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였습니다.

◇신시컴퍼니 프로덕션으로 14년 만에 재공연

뮤지컬 ‘틱틱붐’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한국에선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01년 12월 처음 국내에 소개했습니다. 이후 2005년, 2007년, 2010년 무대에 올랐고요. 2017년에는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는데, 저는 이 공연을 먼저 봤습니다. 이번 공연은 14년 만에 다시 신시컴퍼니 프로덕션으로 다시 돌아온 무대입니다.

작품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둔 뮤지컬 작곡가 존, 그리고 한때 뮤지컬배우로 존의 룸메이트였으나 지금은 잘 나가는 마케팅 회사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마이클, 존의 여자친구이지만 복잡한 뉴욕 생활에 지친 댄서 수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목인 ‘틱틱붐’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시한폭탄의 초침이 ‘똑딱 똑딱’(영어로 ‘틱틱’) 흐르는 것을 의미하죠.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만큼 이번 ‘틱틱붐’은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습니다. 기존 3인극에 앙상블 5명을 추가해 8인극으로 확장했고요. 무대 세트는 철골 구조의 대형 정글짐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무대가 풍성해지다 보니 최근 공연한 ‘렌트’의 프리퀄, 또는 스핀오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앤드루 가필드가 주연한 동명의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틱틱붐’을 본 뒤 궁금했던 세 가지

뮤지컬 ‘틱틱붐’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공연을 본 뒤 궁금한 점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신시컴퍼니를 통해 이지영 연출의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 공연 끝날 때 존의 전화 자동 응답기에 녹음된 메시지 중 마크라는 친구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인물은 ‘렌트’의 마크인가요?

△‘렌트’에서 마크는 조나단 라슨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크가 존에게, 즉 본인이 본인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원작에서는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메시지만 있지만 각색 과정에서 마크의 메시지도 추가했습니다. (참고: 이번 ‘틱틱붐’에 등장하는 마크의 목소리는 지난 시즌 ‘렌트’에서 마크 역을 맡았던 배우 정원영이 녹음했습니다.)

― 작품 후반부 존에게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전화 자동 응답기를 통해 작품 속 뮤지컬 ‘슈퍼비아’에 대한 감상평을 남깁니다. 이번 공연에선 손드하임의 메시지가 중간에 끊기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과거에도 ‘틱틱붐’에 두 번 정도 참여했습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메시지는 존이 그동안 힘들었던 것에 대한 ‘보상’, 혹은 부당함을 해소하는 ‘장치’라는 느낌입니다. 관객에게 그런 부분이 순간적인 거리감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존에게 준 메시지 같은 것이 없으니까요. 이런 메시지를 받아야만 모든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불안은 외부의 인정이나 보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은 극 중 넘버 ‘와이’(Why)에서 그 사실을 깨달았고요. 그렇기에 존에게 스티븐 손드하임의 메시지는 해결책이나 보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뮤지컬 ‘틱틱붐’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무대가 지난 시즌 ‘렌트’의 철골 구조 무대를 연상케 합니다. 이런 점을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철골 구조라기보다 정글짐을 생각하고 제작했습니다. ‘틱틱붐’ 넘버 중에 ‘나는 평생 아이로 남고 싶은데’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존이 느끼는 이러한 감정을 기반으로 무대를 구성했습니다. 정글짐은 마치 존의 머릿속처럼 돌아갑니다. 무대에 달린 CCTV는 존을 압박하고 몰아붙이죠.

8명의 주역 배우들과 앙상블까지 다채로운 인물 군상을 보여주는 ‘렌트’와 비교하면 ‘틱틱붐’은 3명의 배우가 중심인 소품 같습니다. ‘렌트’가 90년대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라면, ‘틱틱붐’은 90년대를 살았던 한 청춘의 내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렌트’의 대표 넘버 ‘시즌즈 오브 러브’(Seasons of Love)처럼 ‘틱틱붐’에도 ‘30/90’, ‘라우더 댄 워즈’(Louder than Words) 등 귀에 박히는 넘버들이 있고요. 공연은 내년 2월 2일까지 이어집니다.

뮤지컬 ‘틱틱붐’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