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3일 오전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계획했다. 그리고 4시간여만에 돌연 브리핑을 연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40개 대학의 2030년까지 의대증원 수요를 확인 및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신속히 정리해 이번 주 내로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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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가 당초 검토한 1000~3000명 규모의 증원 목표와 비슷한 수치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차등 증원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에 고무된 정부는 즉시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의료계의 반발이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서울시의사회가 회원 797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7%(6125명)가 의대 정원 확대 자체를 반대했다. 직역별로 살펴보면 ‘필수 의료 대책 조건을 선결 과제로 두더라도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인턴·레지던트 92% △기타 81% △봉직의 84% △개원의 75% △교수 70% 순으로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 대한의사협회는 대정부협상단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으며 의대증원 반대입장을 정했다. 의료현안협의체 제2기 협상단장으로 의대증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의장을 선출했다. 게다가 ‘최소 35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파격 주장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징계심의에 회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정부가 새롭게 구성된 협이체 협상단 상견례도 없이 대학 증원 수요 결과를 발표하며 분위기를 ‘증원’으로 선점하려고 하자 용산 대통령실 등으로 항의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증원 규모가 1000~3000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며 의료계 반발 등 파장이 커지자, 당장 증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내년 초로 미뤘다. 그리고 복지부·교육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대학의 증원 수요와 역량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대증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의료계와 충분히 숙고해서 결정해야 해야 하는데, 정부가 발표에 속도만 내고 있다”며 “경솔한 결정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병원계 관계자는 “빨리 증원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했으면 덜 복잡했을 것 같다”며 “이렇게 하다가 증원 계획도 사라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