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좋다는데 신용등급 왜 내릴까…“문제는 부채야”

이명철 기자I 2023.08.03 15:58:54

피치, 美 신용등급 ‘AA+’로 강등…옐런 등 현지 반발
통화 긴축에도 경제지표 양호…경기 연착륙 기대 커져
피치 “재정 전망 근거한 것, 재정악화 해결 확신 없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착륙을 도모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 충격이 더 큰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미국 부채에 대한 문제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사진=AFP)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췄다.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떨어지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번 피치의 조정으로 미국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함께 두곳으로부터 ‘AA+’를 부여받게 됐다. 무디스는 가장 높은 ‘AAA’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은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내렸던 2011년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라고 2일 보도했다.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실업률은 2011년만해도 9%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6%로 수십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 미국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대비 32만4000개 늘어 예상치를 두배 정도 웃돌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렸지만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2.4%)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제가 견조한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는 “수십년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에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뱅크오프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들도 경기 침체 전망을 폐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가 선전하는 상황에서 피치가 신용등급을 내리자 반발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과거 자료에 기반한 피치 결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미국 국채는 여전히 안전하고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견고하다고 대응했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기로 결정한 이유는 경기 침체 여부를 떠나 최근 몇 년간 경기 부양책과 감세 정책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은 이번 등급 강등과 관련해 블룸버그에 “잠재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예측보다는 적자와 정부 부채 증가로 특정되는 중기 재정 전망에 근거한 것”이라며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합의되고 실행된다는 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미국 부채가 올해 112.9%에서 2025년 118.4%까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는 ‘AAA’ 신용등급을 받는 국가들의 평균보다 39% 가량 많은 수준이다.

미국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간 연방 재정적자는 1조4000억달러(약 1819조원)로 전년동기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분기의 차입금 전망을 당초 예측치(7300억달러)보다 훨씬 높은 1조달러(1299조원)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최근 연준이 기준금리를 22년만에 최고치로 상향 조정하면서 차입 비용도 크게 늘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결국 재정 적자를 억제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재량 소득이 상당히 줄어들 정도로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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