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장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은 지난달 23일 첫 공판 이후 12일 만이다. 그는 첫 공판 이후 “검찰 증거조사 기일엔 출석이 불필요해 보인다”며 선택적 재판 참여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피고인석에 다시 앉은 이 전 대통령은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진술로 이뤄지는 서증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발언을 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차명재산으로 판단한 도곡동 땅에 대해 “근래에 문제가 되고 보니 현대그룹이 가진 체육관 경계와 붙은 걸 알았다”며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고 일하던 사람이 현대 땅 옆에 땅을 샀다면 아무리 감춰도 재벌 총수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는 내가 압구정과 강남 개발을 주도할 때”라며 “어디 땅 살 곳이 없어서 담벼락 옆에 붙은 땅을 사 갖고 있었겠나. 현대에서 신임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양심상 현대 재임 중에 개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는 도곡동 땅이 내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한 것인데, 내가 투자를 할 거라는 기정 사실화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나는 얼마든지 더 좋은 곳을 살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나는 내 건강(상태)을 숨기고 살아왔지만 교도소에 들어오니 감출 수가 없다”며 “아마 치료와 진찰을 받으러 나가면 세상은 특별대우를 했다고 이런 시선이 생기기 때문에 저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이 두 달 잠을 안 자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는 것도 알았다”며 “이렇게 입으로 얘기하기 싫다. 교도소 안에서도 걱정이 많지만 (재판을) 기피할 생각은 없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자주 휴식을 요청하는 것과 관련해 “하다가 쓰러져갖고 못 나오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 도리가 없어서 (재판에) 나왔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