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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CT 검사 결과, 충수염이 심해져 천공이 된 상태였고, 충수 돌기 주변으로 농양이 형성 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곧바로 단일통로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하였고 복강경으로 배 안을 살펴보니 충수돌기가 맹장, 우하복부 복막, 대망, 소장의 장간막에 싸여 심한 유착을 보였다. 유착을 제거하니 충수돌기 기저부에서 1.5cm 상방에 천공이 확인 되었으며 나머지 충수돌기는 모두 괴사된 괴저성 충수염 및 천공성 충수염 소견을 보였다. 맹장도 염증성 변화가 동반되어 수술은 무척 힘들었지만 충수돌기 기저부를 보존하여 충수돌기 절제술을 시행하고 복강내 오염을 세척한 후 수술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자칫하면 맹장이나 소장의 일부를 절제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맹장은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는 회맹판 하방의 대장의 시작 부위를 뜻하며, 맹장의 아랫쪽으로 약 6-10cm 정도의 충수돌기가 붙어있는데, 여기에 생긴 염증을 충수염이라 한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알고 있는 이 질환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발생 가능한 흔한 질환이지만, 발생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장을 절제하거나 혹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하다.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하지는 않다. 소아는 주로 충수돌기 점막하에 위치하는 림프 조직이 과대 증식하여 충수 개구부를 막아 충수염이 발생하며, 성인은 변이 딱딱하게 굳어 생긴 분석(fecalith)이 충수돌기 개구부를 막는 현상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종양, 이물질 등에 의해서도 충수염이 올 수 있다.
명치 부위나 배 전체가 거북하고 메스꺼운 것이 초기 증상인데, 일반적인 위장관염이나 소화 불량 때 발생하는 증상과 비슷하여 쉽게 지나치기 쉽다. 또한, 이 씨처럼 구토, 설사를 동반한 열이 날 수도 있다. 차츰 시간이 경과 할수록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심해지고, 우하복부를 누를 때 압통이 있거나 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급성 충수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이 극심하거나 쩔쩔맬 정도로 아파야 충수염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진행 상태 및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유사 증상 발생 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충수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급성 충수염은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또는 복부 CT 등 여러 검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진단하게 된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 외 임신, 배란통, 골반염 및 난소 질환 등과 감별이 필요하고, 소아의 경우에는 급성 장간막 림프절염, 장 중첩증과 혼동될 수 있다. 그 외 성인에서는 게실염, 궤양 천공, 급성 담낭염, 대장암 천공 등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우하복부에 5~7cm 정도의 피부 절개를 하는 개복수술이 보편적이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하고 있다. 이 씨 같은 경우에는 단일통로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했는데, 기존 복강경 수술이 복부에 3곳을 5mm 정도 절개하여 수술하는 반면,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은 배꼽을 1.5cm정도 절개하여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하나의 구멍으로 넣어 행하는 고난도의 수술법이라 할 수 있다.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만 상처를 내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또한, 장 유착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아 일반 복강경 수술보다도 회복기간 및 입원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