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상황이 이번 달 들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이 전국 277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제조업 업황BSI는 80으로 전달보다 11포인트 급락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금융위기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입니다.
업황BSI는 100을 넘을 경우 경기를 좋게 느끼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을 밑도는 경우 그 반대입니다.
수출기업의 경우 지난달 91에서 이번 달 76으로 15포인트 떨어져 91에서 83으로 8포인트 하락한 내수기업보다 체감경기가 더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업황BSI는 94에서 84로 10포인트 떨어졌고, 중소기업은 90에서 78로 12포인트 내렸습니다.
중소기업 업황BSI의 하락폭은 2003년 월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습니다.
제조업체들의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은 응답이 16.8%로 가장 많았고 전달보다도 크게 늘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부진'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줄긴 했지만 각각 16.8%와 14.3%로 여전히 많았습니다.
한편 다음 달 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86으로 나타나 이번 달(80)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치를 월별 추이로 보면 지난 5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다만 비제조업의 경우 이번 달 업황BSI가 81로 전달보다 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으며 다음 달 전망치도 83으로 나타나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 2008년보다 지수 자체가 높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수출 둔화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군요?
기자: 1년 7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수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모두 지난달에는 업황BSI가 91로 같았는데요. 내수기업의 경우 이번 달 8포인트가 하락한 데 비해 수출기업은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15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수출기업의 업황BSI가 80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말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위축됐던 2009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입니다.
앵커: 최근의 이런 경기 불황은 대기업도 피해가긴 어렵겠죠?
기자: 경기가 악화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은 10포인트, 중소기업은 12포인트 하락했는데요.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이래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등 경기가 악화됐다고 느끼는 정도가 더 컸습니다.
앵커: 제조업 전체의 업황BSI는 지난달보다 11포인트 떨어졌는데요. 비제조업이 3포인트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커보이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견줄 만큼 낙폭이 상당히 컸습니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 9월 이후 기업들의 업황BSI도 추락을 거듭했는데요. 그해 11월에 13포인트 급락한 이후 이번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 한국은행은 그 당시보다는 전반적인 지수 자체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08년 9월 73이던 지수는 10월에 67, 11월에 54로 떨어졌구요. 2009년 2월에는 43까지 내려갔습니다. 지금은 80 정도 수준이니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앵커: 기업들은 어떤 부분에 대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까?
기자: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응답하는 기업이 많았는데요. 특히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지난달 9.3%의 기업만이 애로점이라고 답했지만 이번 달에는 16.8%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16.8%로 여전히 기업들을 괴록히고 있었지만 전달보다는 4%포인트 가량 줄었고요. 내수 부진 때문이라는 응답도 14.3%로 3번째로 꼽혔지만 응답률은 1%포인트 정도 줄었습니다.
앵커: 체감경기가 회복되려면 불확실성이 제거돼야겠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꽁꽁 얼어붙은 기업들의 심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나야지만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달초부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나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경제대국들의 재정위기 우려 부각은 물론 국내 증시 폭락 등 대내외적으로 믿기 어려운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기업경기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한국은행은 매출액 5억원 이상의 업체를 대상으로 매달 기업활동에 관한 실사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대략 2천2백개에서 2천7백개 정도의 법인기업이 대상이 됩니다. 이같은 조사는 한국은행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BSI는 비즈니스 서베이 인덱스의 이니셜이구요. 기업들이 느끼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앵커: 어떻게 계산이 되는건지 궁금한데요. 지수 산출 방식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우선 조사대상 기업에게 현재 경기에 대한 판단을 물어봅니다. 좋다는 응답과 나쁘다는 응답으로 나뉘겠죠. 두 응답의 백분율을 구한 뒤 좋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을 뺀 뒤 100을 더합니다. 그러면 최소 0에서 최대 200의 결과가 나올텐데요. 그것이 바로 BSI 값입니다.
따라서 100을 넘어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구요. 100을 밑돌면 그 반대의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