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소문난 돈 잔치

오상용 기자I 2004.07.26 17:32:17
[edaily 오상용기자] 26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본경기의 막이 오릅니다. 땅이 넓고 사람도 많다보니 전당대회에 드는 비용도 천문학적입니다. 올해는 테러위험으로 안전비용만도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이렇게 해서 치러지는 전당대회가 유권자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수 있을까요. 국제부 오상용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맨홀 뚜껑 용접해야죠, 쓰레기통이랑 우체통 철거해야죠, 곳곳에 안전요원 배치해야죠, 폭파물 탐지견 실어 날라야죠..돈이 얼마나 드냐구요? 어휴 말도 마세요" 보스턴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안전비용으로만 6000만달러가 투입됐습니다. 정부로부터 얼마나 보조를 받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전당대회에 투입된 안전비용은 지난달말까지 존 케리 후보진영이 모금한 선거자금(1억8000만달러)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현직 대통령인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전당대회는 또 얼마나 거창하고 삼엄할까요. 더욱이 공화당 전당대회는 9.11테러의 악몽이 아직 생생한 뉴욕에서 열리지 않습니까. 모르긴 해도 적어도 케리후보측 보다는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을 것 같습니다. 돈은 수억 들였는데, 효과는 얼마나 대단할까요. 이에 대해 CNBC 워싱턴 지부의 앨런 머레이 국장은 고개를 젓습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부시를 찍기로 마음을 굳힌 유권자는 전체의 43~45%에 이르며, 케리에게 표를 던지기로 마음을 정한 유권자도 이와 비슷하다는 수치를 얻었습니다. 즉 마음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은 10~15%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들중 과연 몇명이나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입니다. 공화당 선거캠프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부동층의 선거참여는 이(10~15%) 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합니다. 민주당 선거참모도 이번 선거는 전체 유권자 6~10%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며 "선거운동 경력 25년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거듭니다. 머레이 국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죠. "대선전까지 경천동지할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부동층의 표를 끌어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결국 수천만달러를 들인 전당대회도 표심을 잡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의미지요. 민주 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얼마나 낭비적인지 아시겠죠?" 미국 전당대회에 대한 블룸버그의 컬럼니스트 앤드류 퍼그슨의 힐난은 이 보다 더 합니다. 퍼그슨은 "텔레비젼으로 전당대회를 구경하느니 차라리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새로 나온 DVD 영화를 빌려보라"고 당부합니다. 나아가 3류 영화처럼 지루하기 짝이없는 전당대회를 시청자와 유권자들이 앞장서서 보이콧하자고 부추깁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방법이야 말로 미국 정치권과 전당대회 준비자들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퍼그슨은 목소리를 높입니다. 미국 전당대회가 최초로 텔레비젼 전파를 탄 것은 지난 1952년입니다. 방송사들은 하루 10~13시간씩 이를 중계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구의 80%, 즉 6500만명이 시청했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누가 대통령후보로 지명될지 전당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몰랐다나요. 하여간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광고제조기`로 통하던 전당대회 방송은 이후 틀에 박힌 연설과 진행으로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지난 72년 마이애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지 맥가번 의원은 불면증을 겪는 유권자들의 반발로 오전 3시까지 후보 수락연설을 못했다는군요.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올해도 전당대회에 할애하는 방송시간을 종전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참여민주주의의 잔치로 자주 비유돼 왔습니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서고, 스타급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해 한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니까요. 그러나 어쩌면 이도 텔레비전 화면에만 비춰지는 미국 대선의 허상일지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돈을 들인 잔치가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과 불평만 낳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의 고비용 정치구조도 한국에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엔 테러 경계로 공포에 떨면서 잔치를 치러야 할 판입니다. 과연 누가 그런 잔치를 지켜보며 신명을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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