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사업은 크게 체계개발과 양산으로 나뉜다. 체계개발에는 약 8조8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인 초음속 전투기 설계·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문제는 실제 전력화를 위한 양산 단계에서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조정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KF-21의 특징은 ‘진화적 개발’ 방식이 적용됐다. 모든 능력을 한 번에 완성하려면 전력화가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블록Ⅰ 초도 물량 40대는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독일 딜사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AIM-2000)과 유럽 MBDA사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를 장착해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공군에 순차적으로 전력화될 예정이다.
이후 추가 무장 시험을 거쳐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확보한 블록Ⅱ로 진화한다. 블록Ⅱ에는 미국산 JDAM(합동직격탄)과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 등이 통합될 예정이며,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도 탑재 대상에 포함된다. 당초 장거리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도 장착할 예정이었지만,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계획대로라면 2032년까지 블록Ⅱ 80대가 생산돼 공군은 총 120대의 KF-21을 운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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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방위사업청은 양산 일정 전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Ⅱ의 생산 기간도 4년 가량 늘려 연간 예산 부담을 분산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경우 KF-21의 공군 인도 시기가 지연되면서 노후 전투기인 F-5 대체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해외 공동개발로 재원을 보전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KF-21은 개발 후반 단계로, 기술 이전 범위 갈등, 개발 주도권 문제, 일정 지연 가능성, 파트너 국가 정치 리스크 등이 뒤따를 수 있다.
또 블록Ⅱ 전력화를 기다리기보다 블록Ⅰ 단계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통합해 공대공과 공대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완성형 전투기’로 수출 시장을 조기에 공략하자는 주장도 있다. 독일산 타우러스나 미국산 SLAM-ER 같은 공대지 미사일을 KF-21에 통합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추가 물량 확보를 통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 손익분기점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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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은 단순한 전력 도입 사업이 아니라 국내 항공·방산 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사업”이라며 “한정된 재원 속에서 전력화와 국산화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정책 조정을 해야하는 국방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