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자동화를 가속화해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직업군에 여성 근로자가 많아 여성 고용률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4일 발표한 ‘최저임금, 자동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변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9~2016년 고용형태별 실태조사의 임금구조부문을 이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별 고용 비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자동화 민감 직업군’의 고용 비중은 0.7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의 가속화로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 가운데 고용비중이 높은 산업으로는 △목재 및 나무제품 제조업(가구제외)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 △식료품 제조업 △담배 제조업 △금융업 등이 있다.
특히 성별로 구분해 살펴봤더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동화 민감 직업군에서 여성의 고용 비중이 11.15%포인트 급감하는 등 여성 근로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자동화 민감 직업군에 여성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여성 근로자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는 것이 보고서 주장이다.
특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향후 2년 간 15.54%를 올려야 하는데, 이 계획이 하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여성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역설적이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방안이 유일하다”면서 “저숙련 노동자의 직종 전환을 용이하게 만드는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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