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응원단 "대북제재 완화 위한 新무기…치밀한 정치·외교 도구"

방성훈 기자I 2018.02.13 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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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통일된 복장에 사람 얼굴 가면. 연일 미소를 머금고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와 함께 한반도기(旗)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된 100명의 북한 응원단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신줄을 빼놓는 무기(Weapons of Mass Distraction)”라고 12일(현지시간) 묘사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의 10배 규모인 응원단을 올림픽 관중들 사이에 앉혀 놓고 전 세계를 현혹시키는 정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북한의 외교적 교류가 활발해졌다. 개막식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방북 초청장’을 건넸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전략 등 수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후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미세하나마 한반도 정세 변화가 감지됐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의 참석에도 별다른 접촉 없이 마무리 된 개막식 이후 전 세계 이목은 북한 응원단으로 옮겨갔다. 응원단은 올림픽 경기 중계 전파를 타고 세계 각지에 노출되고 있다. WSJ은 앞서 지난 10일 “평창 올림픽에서 스타가 탄생했다”며 북한 응원단의 데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미국 스피드 스케이트 스타 마메 바이니(17)는 북한 응원단에 대해 “그들은 정말 대단하다(super awesome).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북한 주민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올림픽을 찾는 한국인들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WSJ은 “북한 응원단은 스웨덴과 남북 단일팀이 아이스하키 경기를 치른 12일 저녁을 비롯해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총 3차례의 이벤트는 그들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팬들로 북적거렸다”며 “상호 교류가 금지됐지만 한국 국민들은 마치 전시회에라도 온 것처럼 북한 응원단의 사진을 찍어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생 북한 주민과 접촉할 기회가 없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은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 응원단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도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부터 스포츠 행사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화는 물론 어떠한 형태든 접촉이나 교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역시 응원단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한 내에선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WSJ은 추정했다. 신문은 “대부분 수도인 평양에 거주하는 엘리트 가정의 자녀일 것”이라며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WSJ은 응원단원들이 서로 대화를 하거나 물을 마시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스크린을 통해 결혼 프로포즈 이벤트가 있을 때에도 그들은 정면을 응시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응원가를 부를 때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사불란하고 명확하게 움직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북한 응원단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 도구라는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그들은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들이 응원가에 ‘나의 살던 고향’,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한국인들이 어렸을 때 배웠던 노래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을 포함시킨 것에서도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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