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이명철 기자] 작년말 기업공개(IPO)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연초 재공모를 서두르고 있다. 주식시장 불안 탓에 공모자금 규모를 축소하는 등 눈높이를 낮춰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차이나크리스탈 등 연초 IPO 재도전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 아이엠텍, 안트로젠이 두 번째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들 업체는 이미 지난해 11~12월 한 차례 수요예측을 실시했다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공모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지난해보다 공모규모를 대폭 줄였다. 중국 기업인 차이나크리스탈은 당초 1300만주 공모에 주당 최저 3600원, 총 공모액 최소 46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이번엔 공모주식수를 900만주로 줄이고 공모가액도 2900원으로 대폭 낮춰 269억7000만원을 조달키로 했다. 아이엠텍과 안트로젠도 공모금액을 319억6000만원, 276억원에서 각각 279억5000만원, 102억원으로 축소했다.
공모자금 활용계획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차이나크리스탈은 당초 신규시설 투자에 451억원을 투입하려 했지만 24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안트로젠도 GMP 공장 신축 등 시설자금 투입금액이 158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축소됐다. 모자란 금액은 기존 회사자금으로 집행해야 하는 만큼 재무구조에는 더욱 부담을 줄 전망이다.
◇심사면제기한·비수기활용 등 감안
시장여건이 나아지면 당초 계획했던 공모규모로 진행할 수 있음에도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는 상장예비심사 면제 기간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이후 6개월간 예비심사가 면제된다. 특히 지난해말 비슷한 시기 상장을 철회한 기업이 10개에 달해 기한인 3~4월에 IPO 쏠림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시장 구조상 연말은 IPO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는 상장기업이 늘어나면서 이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짧은 기간에 집중돼 한정된 자금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공모를 연기하고 다소 한산한 연초에 다시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이나크리스탈 관계자도 “지난해보다 지금 시장이 나아져서라기보다는 3월 기업들이 몰릴 때보다 비수기인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장 투입해야 할 자금 문제도 상장 일정을 앞당기게 했다. 아이엠텍은 이달부터 모바일사업부 시설투자에 자금이 투입된다. 많지는 않지만 단기 차입금도 상환해야 한다. 차이나크리스탈 역시 신규 시설투자에 이미 회사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주주들의 출구전략 마련도 이유 중 하나다. 안트로젠 IR 담당자는 “기존 주주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 것도 있다”며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없다고 봤을 때 상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가 낮춰 IPO한파 피할지 관심
공모주 한파에서 상장한 업체들이 낮은 공모가를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고려가 됐다. 지난달 상장한 코디엠(224060), 강스템바이오텍(217730), 씨트리(047920), 이에스브이(223310) 등은 수요예측 성적은 저조했지만 상장 후 주가가 급등했다. 아이엠텍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IPO 시장은 지난해 연말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가 속한 카메라 모듈이나 안테나 부품업체 주가도 상승세”라고 전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작년 12월에 상장한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올라왔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이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리란 법은 없다”며 “수요예측에서 나타나는 기관들의 투자심리와 관련주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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