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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뿐 아니라 소비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베트남 인구가 9000만명을 넘어 1억명에 육박하는데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소비시장이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베트남은 해외 유통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일본 에이온은 올해 초 베트남 시티마트와 피비마트를 인수했고 태국계 BJC 역시 지난해 베트남 슈퍼마켓 체인 2위 업체인 독일계 메트로캐시앤캐리베트남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롯데가 지난 2008년 호찌민점을 개점하면서 먼저 발을 들여놨고 이마트는 하노이와 호찌민을 놓고 저울질하다 호치민에 먼저 매장을 열었다.
물론 아직 영글지 않은 면도 있다. 소득수준이 고급 제품 소비에 충분할 정도로 올라오지 않아 아직 하노이 시내 고급 백화점은 한산하다. 평일 낮에 찾은 롯데백화점에는 손님이 한 두 명 정도에 그쳤고 로열시티도 명품 브랜드 매장은 썰렁했다. 랜드마크72 지하의 백화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는 조금씩 늘고 있다. 베트남 국민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작년 기준 52%로 태국(49%), 인도네시아(23%), 필리핀(15%)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웃돌고 있다. 하노이 시내에서 고가인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동차 판매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서 팔린 자동차는 10만35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58%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판매대수 2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베트남 국민의 발 역할을 해온 오토바이를 점차 고가의 자동차가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한류 덕분이다. 베트남인들은 한국 제품과 음식, 문화에 친숙하다. 하노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갱남, 강남, 경남” 어떻게 말해도 경남기업이 지은 72층짜리 ‘랜드마크 72’에 데려다 준다. ‘롯데, 참빛’ 등 한국계가 지은 건물의 한글 명칭도 단박에 알아듣는다. 대형 쇼핑몰 곳곳에서 한국 가요가 흘러나오고 한국 식품을 소개하는 K푸드 행사에도 7만명이 몰릴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JW 메리어트 호텔 행사 담당 지배인으로 한국에서 7년간 유학한 르 퐁 리엔(29세)씨는 “대장금 같은 드라마로 한식에 대한 열풍이 불어 베트남 사람들이 김하고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며 “설화수를 비롯해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에뛰드 등의 화장품 브랜드와 한국 가전 브랜드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하노이공립외국어대학 한국어과에 재학 중인 팜 트안 짱(21세)씨는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어까지 전공하게 됐는데 이런 이유로 한국어학과에 입학해 공부 중인 학생만 75명에 달한다”며 “젊은이들 대부분이 한국 제품이나 브랜드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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