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의 형제간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 A씨가 박삼구 회장 비서실 자료를 몰래 빼내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고소를 당했다.
최근 박찬구 회장이 횡령 및 배임혐의에 대한 소송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형제간 갈등이 화해무드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찬물을 끼얹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와 보안용역직원 B씨에 대해 자료 유출 혐의 등으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회장 비서실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룹 회장실 보안용역직원인 B씨가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의 사주를 받아 비서실 자료를 몰래 빼낸것이 확인됐다”며 “이 자료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보고, 보안용역직원 B씨와 이를 사주한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를 ‘방실침입 및 배임수·증재죄’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보안용역직원 B씨가 비서실에 잠입해 문서를 무단으로 사진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CCTV 등도 공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B씨는 201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80여회에 걸쳐 비서실에 잠입해 문서를 사진 촬영해 이를 문서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A씨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향응을 제공 받았다고 자술서를 통해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문건을 빼돌렸고, 범행을 사주한 배후는 누구인지,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히기 위해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측은 “정확한 고소 내용 등을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고소당한 운전기사 A씨는 10년 이상 박찬구 회장의 차를 운전한 금호석유화학 직원으로, 지난해 8월 말에도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에게 ‘회장님을 배신했다’며 술을 붓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어 고소를 당해 조사 받은 바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은 2006년과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견해차이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에 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은 박찬구 회장이 맡게 되면서 사실상 분리경영이 시작됐다.
2011년 3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형제간 갈등은 더 깊어졌고, 2011년 12월 박찬구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와 회사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당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한 금호석유화학은 계열분리와 ‘금호’ 상표권에 대한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16일 박찬구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형제간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번 내부 문서 유출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