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정비소를 찾으면 2005년이후 생산된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베라크루즈, 카니발 등 12개 차종에 대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리프로그래밍해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일(12일)부터 생산되는 모든 SUV 차량에 순차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개선책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갑자기 질소산화물 배출 줄이기에 나선 것은 환경부의 권고 때문이다. 환경부 테스트 결과 현대차·기아차의 디젤 SUV는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에어컨을 켜거나 흡기 온도가 높을 때 질소산화물이 기준량의 최고 11배 배출된 것이다.
세계 3위권을 넘보는 현대·기아차의 차량이 특정 조건이나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질 논란이 제기됐다. 무리한 연비 개선에 집중했거나, 갑자기 늘어나는 생산 물량 때문에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환경부와 테스트를 맡았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측은 "품질 문제와 무관한,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 매연과 질소산화물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EGR 균형점 맞추기로
환경부 교통환경과 박광석 과장은 "이번 사안의 원인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이 줄어서 생겼는데, 사실 매연과 질소산화물은 트레이드 오프(선택과 포기)관계"라면서 "자동차 품질 기술력이 아니라, 배출되는 매연과 질소산화물의 비중을 균형있게 맞추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에어컨을 켰을 때나 고온 흡입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EGR 프로그램을 맞추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눈에 검은 먼지로 보이는 매연이 더 중요하게 취급돼 왔다"고 설명했다.
교통환경연구소 박용희 연구관도 "이번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은 품질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연비는 극히 미미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리한 연비 경쟁이 이번 사안의 이유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한 임원은 이번 사태로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이 사임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품질 문제도 아니고, 말도 안된다"면서 "그 분은 울산대 석좌교수로 계시면서, 포스텍에서 석좌교수 영입제의를 받고 계시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 환경부 개선책 권고 업체 중 현대·기아차만 대책 내 놔
박광석 과장은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생산할 차량 뿐 아니라 이번에 팔린 차량에 까지 무상수리하겠다고 밝힌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팔린 차량이 많은 상황에서 빠른 시일안에 원인 규명과 대책을 마련한 점도 잘 한 일"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가 올 해 처음으로 실시한 에어컨 가동 및 고온흡입 환경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 조사에는 현대·기아차 외에 수입차 업체를 포함 여러 개 업체가 걸렸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아직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박 과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부 언론이 품질 문제로 몰아가면 (미국 언론의 길들이기로 피해를 입은) 도요타 리콜 사태처럼 될 수도 있으니 정확한 보도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 상에는 에어컨을 켰을 때의 배출가스 기준량은 맞추지 않아도 되게 돼 있지만,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개선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환경부, 제도 개선 추진..해외 사례 검토할 것
한편, 환경부는 현재의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제도를 에어컨을 켰을 때나 온도조건, 고속주행 등의 상황을 반영하는 쪽으로 개선을 추진하면서 해외 사례 등을 보고 있다.
박광석 과장은 "디젤차의 경우 미국 기준보다는 유럽기준과 맞추도록 하고 있다"면서 "유럽은 현재 검토 단계이며, 미국 역시 에어컨을 켰을 때 별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일반주행시와 에어컨 온·오프때, 과부하때 등의 상황을 검사 항목에 넣어 이를 다 묶어서 기준치를 정하고 있으며 그 기준치는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다른 제조사들의 원인 규명과 함께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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