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론스타 먹튀` 논란 막을 길 열릴까

박기용 기자I 2010.02.02 16:34:01

정부, 조세피난처와 정보교환협정 체결 가속화
"역외탈세 막기위한 사전포석"..OECD도 `강제`
"부유층 해외 재산은닉 사전억제 효과도 기대"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정부가 국제투기자본의 국내소득에 대한 과세를 위해 조세회피지역들과 연이어 정보교환협정을 맺는 등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협정체결, 조약개정 등이 워낙 서둘러 이뤄지는 터라 해당국의 사정에 따라 일부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투기자본 규제 움직임에 맞춰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론스타나 칼라일 등 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기업을 헐값에 사들였다 파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차익을 챙긴 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문제 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북대서양 서부의 버뮤다와 영국해협 채널제도의 건지, 오세아니아 태평양 중서부에 위치한 마셜제도와 조세정보 교환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서명 상태다.

지난해 사모아와 쿡 군도, 바하마와 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총 6곳의 `조세피난처`와 정보교환 협정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벨기에와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과 조세조약상 정보교환조항 개정에 가서명한 상태다.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조약이 정식 발효되는 경우 당장 내년부터 이들 국가를 통한 탈세거래에 대해 과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역외탈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그동안은 과세당국인 국세청조차 신빙성 있는 역외탈세 제보를 입수하더라도 이들 국가의 은행으로부터 계좌정보 등을 넘겨받을 방법이 없어 사실상 아무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특히 벨기에 국적인 `론스타`처럼,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체결돼 있어 한국 정부가 과세권을 갖지 않는 국가에 적을 둔 외국계 기업과의 세무 이슈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물론 정보교환협정 체결만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과세가 바로 가능하지는 않다. 정보를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은 것일 뿐, 실제 과세를 위한 정보가 해당국에 없는 경우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피난처 지역이나 국가들은 대개 인구도 적고 외국인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다 큰 규제를 하지 않다보니 실제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세청과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론스타 건의 경우도 정보교환협정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론스타의 실제 국적이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체결돼 있는 벨기에인지, 우리 국세청의 과세권 행사가 가능한 미국인지 여부 등이 쟁점일 뿐, 론스타가 벨기에에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전에 정보교환협정이 체결돼 있었다면 벨기에 과세당국을 통해 론스타 벨기에 법인의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과세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해외 재산은닉 시도를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로서의 의의도 있다.

정부도 이같은 `인프라 구축`에 의의를 두고 스위스나 홍콩, 파나마, 케이만 군도, 리히텐슈타인, 지브롤타, 영국령 버진군도 등 조세회피지역과의 협정 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스위스와 정보교환을 합의하더라도 당장 스위스 연방은행의 계좌정보를 직접 받을 순 없다"면서도 "스위스로 재산을 은닉해온 국내 일부 부유층들의 재산은닉 시도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각 나라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출 것을 강제하고 있는 것도 각국의 정보교환협정 체결에 영향을 주고 있다. OECD는 현재 이들 국가가 최소 12개 이상의 회원국과 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해야 조세피난처 지정에서 제외해 주는 등 것을 근거로 압박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한 70여개국 중 유일하게 정보교환 협정이 없는 스위스와의 조세조약 개정이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 협정 추진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협정 체결 일정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래 3월쯤으로 예상됐던 스위스와의 조세조약 개정은 스위스 내부 사정으로 인해 7월께로 연기된 상황"이라며 "워낙 여러나라들과 한 번에 조약개정을 추진하는 터라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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