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000660) 미국예탁증서(ADR)와 국내 본주의 가격 차이가 50% 가까이 벌어진 가운데, 본주를 ADR로 바꿀 수 있는 전환 한도를 늘려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내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침과 달리 같은 주식이 한국에서만 싸게 거래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 (사진=뉴스1)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일 보고서에서 “7월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과 국내 본주의 괴리는 벌써 40%를 넘어섰다”며 “두 주식은 기초자산도 배당도 같고, ADR의 의결권만 예탁기관을 거칠 뿐 물건으로 치면 똑같은 물건”이라고 밝혔다. 괴리율 월평균은 7월 25.6%, 8월 34.2%, 9월 40.0%로 커졌고, 21일 기준 46.8%에 이른다.
김 센터장은 “같은 주식이 미국에서는 40% 높게 가치를 인정받고 한국에서만 싸게 거래된다”며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의 저평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괴리가 벌어진 배경으로는 수급을 꼽았다. ADR로는 미국 상장 종목만 담는 반도체 지수 편입 등으로 원래 한국 증시에 들어오지 않던 큰 자금이 유입된 반면, 국내 본주에서는 매도가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규정상 공매도 포지션이 있으면 청약에 참여할 수 없어 일부 외국 기관은 공매도를 미리 정리해야 했을 것”이라며 “청약이 끝난 뒤에는 공매도가 다시 늘거나 헤지 성격의 매도가 본주에 가세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차익거래로 괴리를 좁힐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김 센터장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싼 본주를 사서 ADR로 바꿔 팔면 괴리가 좁혀진다”며 “그런데 본주를 ADR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 1779만주가 공모 물량으로 이미 찼다”고 설명했다. ADR을 본주로 바꾸는 것은 자유롭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한 구조다. 최근 40조원 규모의 국내 본주 자사주 매입도 괴리를 줄이지 못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괴리는 ADR 비중이 아니라 전환 가능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본주와 ADR을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알리바바와 도요타의 괴리는 0~2% 수준이다.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POSCO홀딩스(005490), 한국전력(015760)도 ADR 비중은 2~6%에 불과하지만 전환 길이 열려 있어 1년 평균 괴리가 0.2~0.6%에 그친다. 반면 2008년 이후 ADR 추가 공급이 끊기고 재예탁이 사실상 막힌 TSMC는 AI 수요로 미국 내 수요가 커지면서 괴리가 다시 15~20%로 벌어졌다.
해법으로는 전환 한도 확대와 절차 간소화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한 ADR 수량은 발행 주식의 약 24%지만, 회사가 본주의 ADR 전환에 동의한 한도는 2.4%다. 국내 법령상 본주를 ADR로 바꾸려면 발행 회사의 동의가 필요하고 한도는 회사가 정한다. 김 센터장은 “회사가 전환 한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정해진 한도 안에서는 전환할 때마다 신고하지 않고 한 번에 신고를 끝낼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날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스퀘어(402340)의 지분율 문제도 걸림돌이 아니라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의 지분 20% 이상 유지를 고려해 신주 ADR 공모 규모를 정했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이 제약은 신주에만 해당한다”며 “이미 발행된 본주를 ADR로 바꾸면 주식 수는 그대로여서 SK스퀘어 지분율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DR 투자자는 예탁기관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지시가 없으면 의결권이 행사되지 않아, ADR 비중이 커지면 주주총회의 의결권 구성이 바뀔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7월 신주 ADR 1779만주를 주당 약 225만원에 발행해 40조원을 조달하고, 8월에는 40조원 규모로 국내 본주 2407만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에서 비싸게 발행하고 국내에서 싸게 매입한 셈으로, ADR 프리미엄이 유지되면 회사가 같은 방식을 다시 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상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실제로 괴리를 줄이는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