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입찰 절차를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CDFG의 입찰이 유력해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3년여간 홍역을 치른 국내 면세업계는 또 다른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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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신규 입찰에서 계약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외국 면세사업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CDFG는 관세청, 인천공항공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고 입찰 참가를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면세점이 한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 국내 법인을 인수해 우회적으로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스위스의 세계 4위 면세점 듀프리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라는 한국법인을 설립해 김해공항점을 운영하고 있다.
A면세점 관계자는 “CDFG가 입찰가를 얼마를 적든 무조건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입찰은 어차피 머니 게임이고 많은 금액을 써내는 곳이 결국 사업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 항목 중 지역경제 발전 등 사회공헌 쪽에도 많은 금액을 써낼 시 CDFG가 진입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인천공항 면세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막대하게 증가할 중국 관광객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한국 업체로 돌아가는 게 중국 입장에서는 썩 편치 않을 수 있다는 것. 과거 인천공항에 해외사업자가 들어와 면세점을 운영한 건 2001~2007년 홍콩의 DFS가 유일하다.
B면세점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은 상하이, 베이징 쪽에서 가장 오기 좋은 국가가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 면세점에 쓰는 돈이 너무 아까워 자국 기업에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또 한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CDFG의 글로벌 협상력과 상품기획력을 키워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DFG의 경우 역량보다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밀고 들어오는 회사로 서비스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국내 면세점의 경우 40여년 이상 경력을 키워왔지만 (CDFG는) 최근 2년 새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면서 마케팅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검증이 안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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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이 한 번 중국에 뚫리면 그다음은 시내 면세점 진출이 확실시된다. 업계는 중국 업체가 서울 등 시내에 진출할 시 진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 면세점 사업은 인천공항점보다 시내점에서 더 많은 이익을 냈다.
관세청 보세 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은 외국인 입국자가 지역별로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신규 특허를 발부할 수 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경우 관세청은 내년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을 진행할 수 있고 중국이 이 시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C면세점 관계자는 “과거 제주도에서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면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호텔만 데리고 갔다”며 “중국 면세점이 시내진출에 성공하면 중국인들을 버스에 태워 자국 면세점으로 다 몰고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명품 브랜드는 매출이 높은 고셍 상품을 몰아 주고 결국 국내 면세점은 상품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면세점 사업을 진흥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여야지 중국으로 외화가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적자에 시달린 인천공항은 입찰 금액을 심사기준으로 볼 수밖에 없어 솔직히 걱정된다”고 부연했다.
인천공항은 일각에서 공사가 CDFG 유치를 희망한다는 설에 대해 일축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CDFG에게 입점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사는 결국 임대업을 하는 건데 임차인(면세점)들이 어떻게든 적은 금액을 쓰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은 평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 진출에 대한 면세업계의 우려가 있지만 특정 업체를 유치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