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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변기에 버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로 뒤처리를 하고 있다”(미 공중파 NBC방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에선 ‘화장지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의 사재기 광풍 속에 최전선 있는 게 ‘두루마리 화장지’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진원’이 됐다고 해도, 초슈퍼파워 국가라는 미국에서 화장지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실제로 어느 마트를 가든 화장지 진열대에는 과거와 같은 풍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며 “드문드문 놓여 있는 화장지는 이제 미국의 ‘뉴 노멀’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낮은 비데 보급률과 미국 특유의 소비문화, 마땅한 대체품이 없다는 점, 심리적 불안감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이걸로 화장지 품귀 현상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국인 95% 이상이 ‘자택대피령’의 영향권에 들어가 발목이 묶인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삶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화장지 사용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미국 제지회사인 조지아-퍼시픽은 최근 “만약 미국인 전원이 모든 시간을 집에서만 보낸다면, 미국 가정의 화장지 사용률은 평소보다 약 40%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온라인매체 미디엄에 따르면 미국의 화장지 산업은 크게 상업용과 가정용 2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자택대피령’ 영향으로 상업용 화장지를 주문해오던 기업과 직장, 학교 등 공공시설은 거의 문을 닫은 반면, 일반 가정의 경우 사재기 열풍에 이어 자택대피령에 따라 더 많은 화장지를 사용하다 보니 더 많은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화장지 업체가 상업용 화장지 공급은 줄이고, 가정용 공급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미디엄은 “상업용에서 가정용으로의 공정 전환은 공급자와 유통자, 그리고 상점 간 계약을 모두 갱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 포장 및 배송 통로도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며 간단한 작업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공급업체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아니다.
미 CNN방송은 “코로나19 확신 이후 대부분의 화장지 공급업체들은 이미 공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풀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공급업체들이 생산부터 포장, 유통 등의 전 공정을 근본적으로 확 바꿀 때까지 가정용 화장지의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미 언론들의 관측이다.
복스는 “우리 주변엔 여전히 화장지가 많다. 만약 당신이 화장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온라인을 통해 상업용 화장지를 주문하면 된다”고 조언하면서도 “그러나 예전 (가정용)처럼 그 화장지가 부드럽지는 않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