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반값에 몰아준 마스크 350만개로 15배 폭리 취한 아들

이진철 기자I 2020.03.03 12:00:00

국세청,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수출 브로커 52곳 전격 세무조사
코로나19 사태, 평시 가격 5~6배 비싼 현금결제 폭리
"부과제척기간 5년까지 조사 확대, 검찰고발 등 엄정 조치"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3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 수출 브로커 등 52개 업체에 세무조사 착수를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산업용 건축자재 등을 유통하는 A사는 종전에는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았으나 올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약 300만개 ,약 20억원(개당 700원)에 달하는 보건용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A사는 확보한 마스크를 약 5~6배 높은 가격(3500~4000원)과 현금거래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보따리상이나 거래 증빙을 요구하지 않은 소규모 업체들에게 물류창고에서 무자료 판매했다.

국세청은 현재 재고로 남아있는 수량이 거의 확인되지 않아 이미 상당부분 폭리를 취하고 판매한 것으로 보고 물량과 자금 흐름을 역추적해 무자료 매출누락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과거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해 가공원가를 계상한 추가 탈루혐의 등에 대해서도 최대 5개 사업연도까지 확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건축자재 유통업자가 물류창고에서 해외 보따리상 등에 마스크를 무자료 판매하는 등 수출 브로커로 활동 혐의. 국세청 제공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에 공급을 중단한 후, 생산량의 대부분을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에 일반가(개당 750원)보다 낮은 공급가(개당 300원)로 약 350만개를 몰아줬다.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저가로 마스크 물량을 확보할 때마다 자신의 유통업체 온라인 홈페이지나 지역 맘카페 공동구매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약 12~15배 부풀려진 개당 3500~4500원으로 판매하면서 대금을 자녀,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무자료 현금판매 혐의를 조사하고, 과거 친인척 등에게 부당급여 지급,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거짓세금계산서 수취 등 추가 탈루혐의에 대해서도 최대 5개 사업연도까지 확대해 조사하고 있다.

물티슈 등 생활용품을 주로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는 유통업체 C사는 마스크는 거의 취급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를 50만개(개당 700원) 대량 매입했다. 이후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한 후 일반 소비자 주문이 접수되면 일방적 주문 취소 또는 품절상태로 표시해 오픈마켓에 판매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픈마켓 상의 판매자-구매자 간 일문일답(Q&A) 비밀 댓글을 통해 구매자에게 개별 연락해 매입가의 약 5~7배(3800~46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현금 판매로 폭리를 취했다.

국세청은 C사에 대해 마스크 무자료 거래 혐의는 물론 과거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탈루 소득을 미성년자 자녀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등 추가 탈루혐의에 대해서도 최대 5개 사업연도까지 확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마스크 제조업자가 기존 거래처에 공급 중단 후 아들명의 온라인 유통업체에 저가로 마스크 몰아주기를 통해 폭리 혐의. 국세청 제공
활발한 블로그 활동으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D씨는 의류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던 중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마스크를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 수취 없이 무자료로 사재기했다. D씨는 본인의 온라인 마켓에 긴급 물량 확보로 개당 2000원에 한정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 후 즉시 품절시키는 미끼상품으로 팔로워 등 구매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상품 품절에 따른 문의 댓글을 남긴 구매희망자에게 비밀 댓글로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알려주면서 현금거래를 유도해 매출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D씨의 마스크 판매처를 역추적해 거래 흐름 및 무자료 판매여부 등 검증,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을 통해 수입누락 등 탈루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매점매석 및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에 조사요원 274명을 전격 투입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보따리상을 통해 마스크를 해외반출한 마스크 수출브로커 조직 3곳 △마스크를 사재기한 후 현금거래를 유도해 매출을 탈루한 온라인 판매상 15곳 △올해 마스크 매입이 급증한 2·3차 도매상 34곳이다.

국세청은 이들 조사업체들에 대해 마스크 사재기 관련 매출누락, 무자료 거래, 세금계산서 미발급 등 유통질서 문란 및 탈루 혐의를 조사한다. 특히 필요한 경우 부과제척기간인 과거 5개 사업연도 전체로 조사를 확대해 그동안의 탈루 세금을 철저히 추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자료 은닉·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 고발 등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온라인 판매상, 2·3차 유통업체 129곳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요원 258명을 추가투입해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월25일부터 275개 마스크 제조·유통업체에 조사요원 550명을 투입, 일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점검 내용은 이들 업체의 일자별 매입·매출·재고량, 판매가격 등을 포함해 온라인 판매상의 매점매석 행위 및 무증빙 현금거래 등 무자료 거래, 오픈 마켓에서 허위 품절처리 후 고가판매·폭리 등 유통구조 왜곡, 인터넷카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블로그 등을 이용한 미등록 사업자의 유통구조 문란 행위 등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마스크의 원활한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인 MB필터의 유통과정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마스크 유통 과정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장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공적 공급·수출 제한 등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며 정상적으로 마스크를 제조·유통하는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모범납세자 선정, 세무조사 유예 등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상이 오픈마켓 비밀댓글을 통해 선별적으로 구매자로부터 주문접수 및 현금결제로 무자료 거래 혐의. 국세청 제공


`코로나19` 비상

- 전국 교정 시설 코로나 누적 확진자 1238명…동부구치소 10명 추가 - “담배 피우고 싶어”…코로나 격리 군인, 3층서 탈출하다 추락 - 주 평균 확진자 632명, 거리두기 완화 기대 커졌지만…BTJ열방센터 등 '변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