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김한성)는 ‘염전 노예’ 생활로 피해를 입은 지적 장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모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염전을 몰래 빠져나와 인근 파출소 경찰에게 염주로부터 위법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증명됐다”며 “국가는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가 염주의 위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상대방은 현실적으로 경찰밖에 없었다. 경찰은 오히려 염주를 파출소로 부르고 자리를 떠나 결국 박씨를 염전으로 돌아가게 했다”며 박씨가 청구한 3000만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의 경우처럼 위법행위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부분에 대해선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대한 구체적 주장이 없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의 경우도 근로감독·복지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염전 노예 피해 지적 장애인들은 염주들의 위법 행위와 관련해 경찰, 근로감독 공무원,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가 원고에게 입증책임 과도하게 물었다”고 비판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대리인단은 “장기간 염전 노예 피해를 당한 분들이 입증 자료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일반 손배소 사건과 다르게 원고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건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박씨 외에도 두 명 정도가 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국가는 이와 관련한 수사 자료나 경찰관 이름 등을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다만 “지적 장애인들이 경찰서에 와서 보호 요청을 했을 때 그걸 무시하지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부 의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