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수출이 20개월 만에 반등한 것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조업일수 증가와 선박 수출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하반기 수출 증가세 지속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부정적인 판단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DI는 6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은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증가로 전환됐으나, 일평균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아직까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8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6%의 증가하며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이틀 늘어난 조업일수의 영향이 배제된 일평균 수출액은 5.3% 감소했다. 이는 2분기 평균(-5.5%)이나 전월(-6.8%)과 비슷한 정도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특히 월별 변동성이 높은 선박 수출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9.0% 감소하면서 전월(-4.1%)에 비해 오히려 감소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선박 수출이 기저효과로 인해 89.9%했지만, 석유제품(-26.9%), 자동차(-14.8%) 등 주력 품목은 부진을 지속했다. 지역별로도 일본(7.2%)으로의 수출이 증가로 전환된 것을 제외하면 중국(-5.3%), 미국(-4.8%) 및 유럽연합(EU)(-4.8%) 등 대부분의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한진해운(117930) 법정관리 사태에 대해선 “수출 물류를 일부 제한할 수 있겠으나, 해운업 전반의 공급 과잉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경기의 전반적인 개선 추세 역시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이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7월 건설기성은 전년동월 대비 21.4% 증가했다. 건축 부문이 23.3%를 기록하며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고, 토목 부문도 증가율이 17.5%로 확대됐다. 건설투자 선행지수인 건설수주도 토목 부문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전년동월 대비 44.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개소세 인하 종료로 인해 승용차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비승용차 소매판매 증가세도 소폭 둔화됨에 따라 전월(9.0%)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같은 달 설비투자지수는 12.3% 감소했다. 작년 중반 이후 증가를 지속하던 운송장비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에서 비중이 큰 기계류도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KDI는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둔화된 가운데 설비투자와 수출도 부진을 지속하는 등 경기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