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운계약서, 함부로 쓰다간 큰 코 다친다

조선일보 기자I 2009.07.28 21:30:18

[세금, 아는 만큼 덜 낸다(3)]

[조선일보 제공] A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중 오랜만에 나선 매수희망자로부터 곤란한 요청을 받았다.

가격을 깎아 달라는 요청 대신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작성하는 다운계약서를 쓰자는 것이었다. 다운계약서로 양도소득세를 절감하면 실제로 받는 대금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파트를 빨리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다운계약서가 정상적인 거래는 아니니 고민이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운계약서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양도가격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하면 양도소득세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양도차익이 8,8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세율이 38.5%나 된다. 더러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으니 상당한 세금이 절약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사는 사람도 취득세와 등록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거래가격이 내려가니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계약서 작성이 많아진 것은 과거 제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양도소득세가 실제거래 가격이 아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과세됐고 취득세와 등록세도 실거래 가격에 대한 검증 없이 신고가격이 시가표준액보다 크기만 하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시행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은 위험한 것이 됐다. 이제는 부동산거래를 할 때 실거래가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고 부동산 거래관리 시스템을 통해 신고된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를 검증하게 된다. 조사기관의 기준가격 정보나 신고된 다른 거래가격 등 여러 정보를 토대로 신고된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를 검증한다.

이 때 신고가격이 시가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차이가 나는 정도가 크지 않아도 의심사례로 분류돼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 받을 수 있다. 거짓신고로 드러나는 경우 취득세의 3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과태료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각각 부과된다. 새로 분양해 전매가 안 되는 아파트의 경우 당장은 적발이 안될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된 정보에 의해 검증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고된 내역과 적정성 검증정보는 모두 국세청이나 지자체와 완전히 공유된다. 따라서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등록세 신고 역시 다운계약서를 토대로 신고했다가 허위신고로 판명되는 경우 과세당국은 양도자에게 적게 신고한 양도차익에 대한 세액에 가산세까지 더해 추징한다. 이 경우 부당과소신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40%의 높은 과소신고 가산세와 연이자율로 10.95%에 해당하는 과소납부 가산세가 함께 적용된다.

만약 과거에 해당 부동산을 취득할 때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그 당시의 차액만큼은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공제받을 수 없게 돼 그로 인한 양도소득세까지 떠안아야 한다. 취득한 사람에게도 취득세와 등록세에 20%의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가 더해져 추징된다.

물론 일부 부동산의 경우 거래 자체가 매우 드물어 실거래가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다운계약서를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에 별 문제 없이 넘어가더라도 나중에 파는 시점에서는 자신의 양도차익이 그만큼 더 커지게 돼 결국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다운계약서는 세금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다운계약서와 반대로 부동산 거래 시 매매가격을 올려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양도자가 1세대1주택 비과세적용을 받는 경우 취득하는 쪽에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조금 더 내면 나중에 팔 때 양도세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에도 들통이 나면 과태료와 세금의 추징이 따르게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편법계약서로 인한 세금추징은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보통 세금은 부과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간 부과하지 않으면 그 후에 누락한 사실을 알더라도 다시 부과할 수 없다. 이를 ‘제척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운계약서와 같이 허위서류를 작성해 의도적으로 세금을 줄였다면 제척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동안 데이터가 축적되고 조사가 이루어져 언제든 추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편법으로 세금 좀 줄이려다가 더 큰 불이익을 자초하는 소탐대실이야말로 피해야 할 일이다.

▶김종국 전무는

19년 이상 국내외 기업의 조세 및 경영자문 업무를 수행해 온 세무 전문가 겸 공인회계사다. 딜로이트 안진에서 세무금융팀 전무를 맡고 있다. 금융, 제조, 건설, 서비스 등 많은 기업의 세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세무회계실무 등 수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 세무조정 감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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