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지난해말부터 옵션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했더니 결국 얼마전엔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위험회피가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닥쳐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투자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증권부 김경인 기자가 전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과속과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 소식을 듣지만, 우리들 중 누군가는 오늘 또 몇 잔의 술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별 생각없이 음주운전을 하겠지요.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입니다. 뉴스 속의 그 사람이 내가 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 같은 `설마病`은 거금이 오가는 투자에서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리스크에 대한 대비없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투자를 하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례들이 흔하지만 편리하게 `설마 나는`이라고 생각해 버리곤 합니다. 무지에서 나온 근거없는 용기일 수도 있겠고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달리도 옵션과 관련된 금융사고 소식이 많았습니다. 상장기업인 풍림산업은 SK증권 직원의 임의적인 매매로 인해 옵션거래에서 109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며 담당 직원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등록기업인 버추얼텍의 최대주주인 서지현 사장과 김 욱 부사장은 자신들의 보유지분을 걸고 선물옵션에 투자해 상당량의 지분을 날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상당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 뿐 아닙니다. 장기간의 학내분규로 화제가 됐던 동덕여대 사태에도 옵션이 개입됐습니다. 대학측이 교비를 이용해 옵션투자에 나섰다가 2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당한 것이지요. 담당직원에게 옵션매도 프리미엄 20억원을 넘겼으나 이를 한푼도 찾지 못했습니다. 일부 부도처리 했으나 투자금 미회수에 따른 손실만 1억여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30대 젊은 증권사 직원이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생긴 채무로 인해 자살한 일도 있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니 위험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법 하건만... 설마 그런 엄청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겠지요. 설마가 결국 사람 잡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이성을 잃고 화롯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옵션을 향해 돌진하게 되는 걸까요? 그것은 물론 옵션이 가지는 `대박성` 때문일 것 입니다. 옵션의 본래 탄생 목적은 `리스크 헤지`라고 하지만, 적은 증거금으로 큰 금액의 포지션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야심찬 한방을 위한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거죠.
그러나 대박이 가능한 만큼, 시장의 움직임이 투자자의 포지션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발생하는 손실의 규모도 엄청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박의 이면에 항상 도사리는 쪽박의 존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233년 역사의 베어링 은행을 하루 아침에 파산케했던 닉 리슨 사건은 지금 이곳의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무지` 또한 설마병과 함께 퇴치해야 할 강적입니다. 흔히 한국이 선물옵션이 발달한 나라라고들 말하지만, 규모가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요. 베이시스 레버리지 효과 등의 용어는 물론, HTS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위에 수두룩 합니다. 아직도 국민의 대다수가 은행 저축 아니면 부동산이라는 `모 아니면 도`식의 재테크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옵션의 피해자(?)들만 해도 하나같이 "증권사가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권해서했다. 난 그렇게 손해를 본 지도 몰랐다"라고 해명하지 않던가요. 한 회사의 경영자라는 사람들이 재무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알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사기 당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정확한 사전지식이나 현실인식 없이 복권식의 대박만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도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국이 진정한 선물옵션의 선진국, 더 나아가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이성적인 판단`과 함께 투자와 재테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파생될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투자자 개개인은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 등이 함께 해줘야 할 일이지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파생상품의 활성화는 어찌보면 시대의 대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데 있어 발전을 위한 수업료는 지난해에 치뤘던 일들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부디 증시에 비합리적인 `투기`가 아닌 이성적인 `투자`가 꽃피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