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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전직 中직원이 칩 기술 관련 기밀정보 빼돌려"

방성훈 기자I 2023.02.16 16:11:35

"중국 법인 전직 직원이 독점 기술 관련 데이터 유용"
직원들 공유하는 데이터 저장소서 빼돌린 것으로 추정
中정부 관련성은 아직 몰라…美·네덜란드 "심히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중국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이 기밀 정보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ASML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독점 기술과 관련된 데이터가 도난 당한 사실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빼돌린 범인은 중국 법인 베이징 본사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남성으로, 이 직원이 허가 없이 정보를 유용한 것이다. ASML은 중국에서 약 1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ASML은 도용당한 자료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문서 형태였다”고만 설명했다. 또 “이번 보안 사건이 사업엔 중요하지 않지만 특정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당국에 보고했다”며 “내부적으로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팀센터’라고 알려진 제품 수명 주기 관리 프로그램에서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팀센터를 공급한 지멘스에 따르면, 이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직원 그룹이 협업 또는 제품 개발 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기술정보 공유창고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제품과 관련된 세부 데이터와 지식 등이 저장돼 있으며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소식통은 범행은 2~3개월에 걸쳐 이뤄졌고, 범인이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반도체 칩 공급망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가 허용하지 않아 2019년부터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EUV 관련 데이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파급 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수년 동안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최근엔 ‘정찰 풍선’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테아 켄들러 미 상무부 차관보는 16일 중국의 경제 스파이 혐의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제 슈라인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도 “ASML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귀중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망한 대기업이 경제 스파이의 표적이 된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ASML이 중국의 데이터 탈취 의혹을 제기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ASML은 2021년에도 중국 둥팡징위안일렉트론이 자사 기술을 빼돌린 중국 XTAL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XTAL은 ASML의 영업기밀 유용 혐의로 2019년 미국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ASML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랜섬웨어, 피싱 공격, 지식 재산권 취득 및 사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 회사의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자구책을 추가로 마련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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