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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앞선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매장 곳곳에 일회용컵을 들고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직원에게 사정을 묻자 “금방 나가신다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네 카페의 경우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9시에 찾은 서울 강서구 한 카페 직원은 “우리 카페는 다회용컵 없이 일회용컵으로만 영업을 해왔다”며 “서둘러 구매를 하긴 했는데 매장 크기가 작아 설거지와 건조 공간 역시 좁아서 다회용컵을 많이 준비 못했다”고 토로했다.
혼란은 편의점에서도 빚어졌다. 편의점은 통상 종합소매업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다양한 즉석식품을 구비하며 휴게음식업으로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지만 즉석식품은 규제 대상이다. 문제는 치킨과 핫도그, 핫바 등 튀김류를 비롯해 피자와 군고구마, 호빵, 어묵 등 즉석식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이에 따라 제공되는 나무젓가락부터 일회용기, 포장지, 트레이 등 일회용품도 많다는 점이다. 환경부의 세부적인 규칙이 없어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점주는 이어 “정부가 홍보도 그렇고, 준비를 많이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즉석식품은 물론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사려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면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된다는 말만 듣고 고객들이 컵라면이나 도시락도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컵라면과 도시락의 경우 휴게음식업 등록을 하지 않은 편의점에서도 판매 가능한 상품이다. 이번 규칙 시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매장 내 취식이나 나무젓가락 제공이 모두 가능하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규칙을 당분간 계도 위주로 운영하기로 하고,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환경부는 이날부터 규칙 위반시 50만~200만원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지만 업계 반발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반대 발언에 방침을 바꾼 결과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