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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찰대에 입학한 A씨는 4학년이던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과에서 관서실습 후 인근에서 선배들과 술자리를 갖고 헤어졌다. A씨는 만취 상태에서 혼자 걸어가다가 종로구 한 빌딩 주차장에서 타인의 승용차를 발로 차고, 이를 제지하는 피해자의 가슴 등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이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4명에게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정말 내가 현행범이 돼? 미란다 원칙 똑바로 고지 안 하네. 내가 공부한 거는 그게 아닌데 정말이야?”라고 말하고, 순찰차에서 “오늘 이러는 거 책임질 수 있겠어? 진급은 물 건너갔네. 공부 좀 잘해라”, “선배님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안 봐줄거야? 에이 XX 너무하네”라고 경찰관에게 폭언을 했다.
피해자에게는 “야, 판단은 판사가 한다잖아. 니가 뭘 알아. XXX야. 시끄럽게 하네. 조용히 가기나 해”라고 하면서 순찰차 안에 있는 중간 가림막을 발로 차면서 욕설을 했다. 지구대에서는 “나 침 뱉는다? 이거도 처벌할 수 있어? 뭘로 처벌할 건데”라며 침을 뱉는 등 난동까지 부렸다.
A씨는 사건 다음 날 피해자와 경찰관들을 찾아가서 사과했고 합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재물손괴 혐의는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경찰대는 A씨의 행위가 대학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시켰다고 판단, 학생징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작년 8월 7일 퇴학처분을 내렸다.
A씨는 학교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학교는 퇴학처분을 하면서 징계위원회 명의로 된 징계처분 사유설명서만 교부했을 뿐 학교 명의로 된 퇴학처분서를 문서로 교부하지 않았다”며 “또한 징계위원회에서 처음부터 퇴학 처분을 전제로 심의한 정황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애초 퇴학을 전제 하에 징계를 결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시 4학년으로 임관 예정자이던 원고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 종류는 ‘근신’, ‘중근신’, ‘퇴학(퇴교)’ 3가지가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퇴학’을 전제 하에 징계를 결정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징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7명의 위원 중 5명이 퇴학, 1명은 기권, 1명은 부결 의견을 줬다’라고 기재돼 있다”라며 “처음부터 퇴학으로 징계양정(구체적인 징계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것)이 결정된 상태에서 찬·반 투표가 진행됐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징계위원들의 의결권이 가치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이 퇴학처분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에게 처분권자 명의의 퇴학처분서가 교부되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처분이 문서(사유설명서)에 의해 이뤄졌고, A씨가 실제 처분권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떠한 처분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경우라면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처분 당시 학교 측은 원고에게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만 안내했을 뿐 재심의·의결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은 안내하지 않아 원고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면서 “곧바로 퇴학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경찰대 측에서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지난달 17일 확정됐다. 경찰대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결을 수용했다”며 “학생측의 복학 여부는 개인정보라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