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아들에게 시험문제 유출 교수 항소장 제출

이소현 기자I 2021.02.02 11:25:07

지난달 14일 선고기일 다음날 바로 항소…무죄 주장
1년 구형한 검찰도 지난달 20일 항소…양형 부당
1심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자신이 근무하는 국립대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수강 과목 기출문제를 건네줘 집행유예를 받은 대학교수가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모(63)씨는 지난달 15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고 양형 부분도 부당하다고 생각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달 20일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의 행위가 공무상 비밀 누설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고 보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숙명여고 사건’과 유사해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불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1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 누설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같은 과에 다니는 아들에게 시험 관련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4년 6월 아들이 수강할 과목의 동료 교수에게 “외부 강의에 필요하다”면서 2년치 강의 자료를 미리 받아 아들에게 건넸다. 자료에는 샘플 답안지를 비롯해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수강생 실명이 담긴 채점표 등이 담겨 있어 이를 건네준 동료 교수가 “보안을 유지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과목 중간·기말고사는 문제의 70%가량이 기출 문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 시험문제를 숙지한 이씨의 아들은 해당 과목에서 우수한 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유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의 자료에는 샘플 답안지 등이 있는데, 일반 학생에게 공개되지 않는 사실”이라며 “특정 학생에게만 이런 내용을 공개하면 시험의 공정성은 물로 공교육의 신뢰 훼손이 우려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공무상 비밀 누설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제 기출문제와 과거 기출문제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고 주제가 같을 뿐 같은 시험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서울과학기술대 전경(사진=서울과기대 홈페이지)
한편, 이 사건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현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의혹 제기로 처음 알려졌다. 이씨가 아들을 같은 학교에 편입학시키고 자신이 개설한 8개 강의에서 아들에게 모두 A+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 교육부 의뢰로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검찰은 아들의 편입학 답안지와 강의 시험지를 검토했지만, 부정행위나 잘못된 채점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교수 이씨가 동료 교수의 강의록과 시험문제를 아들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해 2019년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지면서 대학 측으로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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