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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통업계 채용박람회 "학벌보다 현장대처능력이 우선"

임현영 기자I 2014.10.23 14:34:57

인문계 지원 몰리는 유통기업 합동 채용상담 받아보니
입사 후 2~3년 매장근무.."진상고객 상대 각오해야"
"환상 버릴 수 있는 사람 도전하라" 조언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햄에 머리카락이 나왔다면서 화를 내며 찾아온 고객이 있었죠. 환불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는 통에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었어요.”

대형마트 입사 후 매장에 배치돼 근무하던 때를 떠올리던 한 채용담당자의 말이다. 그는 “이른바 ‘진상 고객’을 대응하랴, 각종 판촉행사 챙기랴,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유통기업 채용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상담 중이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유통기업 취업 설명 및 상담회’에서는 5개 유통업체(이마트(139480)·홈플러스·롯데마트·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가 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유통업계는 가뜩이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인문계 졸업생이 가장 희망하는 업종 중의 하나다.

이날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상담회는 유통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사전에 예약을 한 사람들에 한해 30분씩 채용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진행됐지만, 일찍 와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로 행사장엔 50여명의 사람들이 늘 상담중이거나 대기중이었다. 방학도 아닌 평일 낮 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통업체에 대한 젊은 구직자들의 높은 관심이 실감났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채용담당자들에게 들은 유통업계의 실상은 흔히 생각하는 사무직, 대기업 사원의 생활과는 다른 점이 많다.

롯데마트 채용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정돈된 이미지 등으로 유통업체에 대한 환상을 갖는 학생들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조언했다.

우선 신입사원 대부분은 ‘현장경험’을 쌓기 위해 입사 후 2~3년간 점포에 배치돼 매장관리를 맡는다. 멋지게 차려입은 채 매장을 돌아다니며 고객들과 담소를 나누는 ‘우아한’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면 큰 오산이다.

유통업체의 매장 근무는 그야말로 현장의 밑바닥부터 챙겨야 하는 ‘실제 상황’이다. 마트의 경우 매장 청소, 창고 정리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백화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매장을 돌아다니며 고객 관리를 하고 점포 문을 여닫는 준비도 해야 한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위 ‘블랙 컨슈머’를 대면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유통업체 특성상 2교대 근무가 필수다.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뉘어 근무해야 하기에 피로누적도 심하다고 한다.

이마트 채용담당자는 “유통업계와 가장 맞지 않는 사람은 혼자 일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며 “고객을 1대1로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아 낯선 이들과의 소통능력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합격을 위한 스펙(SPEC)이 어느 정도냐에 하는 것이었다.

중간고사 시험을 마치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동국대 경영학과 4학년 김연경(여·24)씨는 “어떤 자격증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며 “일단 유통관리사 자격증 취득과 토익 성적을 높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뻔한 대답처럼 들리지만, 현장 인사담당자들은 모두 영어점수와 학벌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인사 담당자는 “정량화 된 스펙이 아닌 유통업에 적합한 현장대처 능력, 애사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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