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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현대건설(000720) 주주협의회가 현대차(005380)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현대그룹 재무개선약정 체결 공방이 주목받고 있다.
재무약정 체결이 새삼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재무적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반면 인수용으로 조달해놓은 현금은 그대로 보유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현대그룹에게 재무약정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채권단의 근거가 상당부분 퇴색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증자·자사주신탁 해지 등으로 1兆 확보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15일 본입찰 당시 현대건설 인수금액을 5조51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논란의 핵심이었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과 재무적투자자(FI) 동양종금증권(003470)이 책임지고 조달키로 했던 8000억원은 건설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다시 돌려주거나, 조달 계획 자체가 무산된다. 부산신항만이나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매각 등 자산처분 계획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확보해 둔 현금은 고스란히 남는다. 대표적으로 현대상선(011200)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260억원을 조달했고, 현대엘리베이(017800)터도 290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 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현대유엔아이와 현대아산도 각각 260억원, 100억원의 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에 어느정도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현대그룹이 본입찰 전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를 통해 3800억원을 추가로 현금화해 둔 것까지 감안하면,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전과 비교해 최소 1조원의 현금을 더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재무개선약정 체결과 관련해 향후 현대그룹의 입지를 상당히 높여주는 요인이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건설 인수용으로 확보해놓은 자금으로 현금유동성이 상당히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재무약정 체결 여부는 차입금 상환 일정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원 판단 변수..정기평가까지 유보 전망도
재무약정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도 변수다. 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단이 지난달 13일 제기한 `공동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이르면 다음주 쯤 나올 예정이다.
이는 법원이 지난해 9월 재무약정 체결을 거부한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공동제재는 위법이라며 현대그룹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채권단의 이의신청이다.
법원이 채권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할 경우, 현대그룹에 대한 재무약정 체결 압박 움직임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채권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현대그룹의 개선된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무리수를 두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당장 재무약정 체결을 압박하기보다는 새로운 재무제표가 나온 이후 실시하는 전체 주채무계열에 대한 정기평가에서 약정 체결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 건설 인수 이행보증금은 어떻게 되나
이와 맞물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외환은행에 예치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의 반환 여부도 관심사다. 이와관련 현대그룹이 제기한 양해각서(MOU) 효력유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의 결정문이 주목을 받는다.
재판부는 지난 4일 결정문에서 "공동매각주간사나 피신청인(현대건설 주주협의회)이 현대그룹의 신뢰에 어긋나는 태도를 일부 보여왔고, 이것이 현대그룹에게 어느정도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분명하다"며 "이행보증금 몰취 여부는 이를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주협의회에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이행보증금을 몰취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이와관련 "법원이 여러상황을 종합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이행보증금도 이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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