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숙박권 마저 `되팔이`…크리스마스 호캉스족에 `찬물`

황병서 기자I 2023.12.11 16:16:43

웃돈 얹은 숙박권 판매해 차익
숙박권 절실한 이들은 구매 고민
“중고거래사이트 사기 주의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박모(36)씨는 최근 중고거래로 크리스마스날 숙박권을 알아보다 한숨을 쉬었다.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와 호캉스를 즐기려고 했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더군다나 숙박권들은 웃돈을 얹은 형태로 나와 있었다. 박씨는 “중고거래를 하는 이유가 가성비(적당한 가격에 큰 효용을 가져다 주는 소비)를 찾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숙박권에 10만원 이상 얹은 가격으로 나와 씁쓸했다”라고 했다.

(이미지=중고거래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호캉스를 즐기려 했던 이들 중 박씨처럼 울상을 짓는 이들이 있다. 수요가 높은 날의 숙박권을 미리 샀다가 중고거래 등에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 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파는 사람)가 성행하는 탓이다.

11일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말을 전후로 호텔 숙박권이 정가보다 10만원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서울 성수동의 A호텔이 이달 23일 기준 1박에 26만원의 가격으로 소개됐다. 이는 국내 호텔 예매 사이트에 나와 있는 가격인 16만원 대보다 10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서울 중구의 B호텔은 이달 24일 기준 1박에 92만원에 나와 있는데, 본래보다 10만원 웃돈을 얹은 가격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서울의 호텔 등은 이미 만실인 상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텔 등에서 호캉스, 홈파티 등을 보내며 분위기를 내려는 이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난 9월부터 예약 문의가 많았다”며 “특히 MZ세대들을 중심으로 해서 호캉스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거래를 통해 이 기간 호텔 숙박권을 제 값에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여겨진다. 직장인 윤모(32)씨는 “여자친구와 호캉스를 보내려고 호텔을 알아봤지만 다 예약이 차서 결국 포기했다”며 “중고거래에 숙박권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긴 했지만 대부분 비싼 가격으로 나와 포기했다”고 말했다.

호캉스 특수를 노려 차익을 실현한 이들도 있다. 직장인 최모(35)씨는 올해 9월 서울의 한 호텔 숙박권을 35만원을 주고 샀다. 이후 이달 초 중고거래에서 45만원을 주고 판매했다. 그는 “지난해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사람들을 목격했었다”면서 “올해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서 팔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거래 등을 통한 숙박권 사기 피해가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인터넷 사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사기 등을 포함한 정보통신망 이용범죄는 2021년 기준 17만 4684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3% 증가한 19만 958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리조트 숙박권을 양도한다고 속여 피해자 96명에게 4370만원을 가로챈 피의자를 검거한 사례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고거래 사이트는 소비자 간 거래로 이뤄지다 보니 피해 보상이나 구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명확한 처벌 규정 등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해당 플랫폼 등이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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