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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2일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와 자회사인 상하이석유화공(시노펙 상하이),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중국알루미늄, 중국생명, 상하이석유화공 등 5개 기업은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자진 상폐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 따르면 오는 20∼25일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며 이후 약 10일 후 상장 폐지된다. 이들 기업 중 4곳도 SASAC 관할 아래 있다.
중국동방항공은 1997년 미국 기업공개(IPO)를 통해 2억2700만달러(약 2972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같은 해 중국남방항공도 6억3200만달러(약 8275억원)를 벌어들였다. 두 항공사 모두 홍콩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티시스(Natixis SA)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학자 게리 응은 뉴욕 증시에서 자진 상폐를 결정하는 중국 국영기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감사 분쟁’에 있어 좋은 징조는 아니”라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동일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웡 전략가 역시 “수백만 명의 중국 개인, 공기업, 기관에 대한 잠재적으로 민감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몇 주 안에 미국 증시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알리바바, 바이두, 빌리빌리, 징둥닷컴, 텐센트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중국 당국이 미국 규제당국에 양보를 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회계 감독 기구인 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자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나라 기업의 외부감사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데, 중국만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 대상 감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루이싱(러킨)커피가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으로 2020년 상장 폐지되자,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에 더는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2020년 말 당시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기업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HFCAA)에 서명했다. 2021년부터 발효된 이 법은 200개가 넘는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반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은 미국 회계 당국에 세부 감사 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2024년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SEC는 지난 3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알리바바 등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159곳을 ‘잠재적 퇴출 명단’에 포함했다.
미국 의회가 2024년 초로 정해진 마감 기한을 2023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초당적인 법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양측이 ‘감사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국영 기업 5곳이 ”상장 유지 의무를 지키기 위한 부담이 크다“며 상폐를 결정한 것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선언했다고 해서 당국간 합의가 더 멀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국적 로펌인 폴 페이스팅스 홍콩 지사의 선임 변호사 숀 우는 ”많은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상장폐지와 SEC의 감사 집행의 위험성을 저울질 해보고, 우려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