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요즘 SUV는 디자인이 투박하지 않고 모던하다. 날렵한 세단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강인함도 갖췄다.
세단을 충분히 대체할 세련된 스타일과 부드러운 승차감, 여기에 더해 가솔린 엔진까지 장착한 SUV가 시장에 쏟아진다.
대표적인게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납작한 차체에 큰 휠, 한껏 치켜 올린 벨트라인과 극닥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이 콘셉트카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8년 만에 세대 교체를 거친 이보크는 올해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다. 이보크 1세대는 2011년 출시 당시 쿠페형 SUV를 제대로 다듬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칭송을 받았다.
디자인뿐 아니라 첨단 기술도 과감히 도입했다. 2세대 모델은 기존 디자인을 다듬고 실내를 더욱 화려한 장비로 채워 넣었다.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규 PTA 플랫폼을 사용한 점도 특징이다.
전장(4371mm)에 비해 넓은 전폭(1904mm)과 낮은 전고(1649mm)가 마치 스포츠카를 보는 듯 하다. 얇게 디자인된 LED 헤드램프는 그릴과 일체감이 높다. 좌우로 시원스럽게 뻗어 차가 옆으로 넓어 보이게 한다. 높이 솟아 있는 벨트라인은 스포티한 매력을 더한다. 창문 면적이 줄었지만 스타일 완성도는 높다.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은 독특하면서 질리지 않는 스타일을 유지한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얇은 테일램프는 좌우가 연결된 듯 보인다. 빵빵하게 부푼 휠하우스는 당당한 자태를 완성한다.
도어 핸들은 8km/h 이상의 속도에서 자동으로 안쪽으로 수납된다. 공력성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미관으로도 훌륭하다. 실내로 들어가면 4개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12.3인치 계기반과 10.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2개가 위아래로 배치된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됐다. 계기반은 운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한다. 그래픽의 시인성이나 해상도도 충분하다.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디스플레이 중 윗 쪽에 위치한 모니터는 일반적인 차량에 달린 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디어,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아래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공조기, 터레인 리스폰스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별도로 마련된 2개의 동그란 다이얼은 풍량, 온도, 터레인 리스폰스, 열선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룸미러에도 디스플레이가 숨어 있다. 클리어사이트 룸미러는 카메라를 통해 후방 영상을 보여준다. 처음 사용하면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꽤나 편리하다. 물론 아래에 위치한 레버를 당기면 일반적인 거울 형태의 룸미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차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은 넉넉하지 않다. 국산 준중형 SUV와 비슷한 휠베이스(2681mm) 임에도 2열에 앉으면 무릎에 주먹이 1~2개 밖에 남지 않는다. 별도 리클라이닝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대신 머리 위에 넓은 면적의 파노라믹 루프를 마련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2열 시트는 40:20:40으로 분할 폴딩을 지원한다. 기본 591L의 수납 공간이 1383L까지 확장된다.
차박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비를 펼쳤다. 2열이 평평하게 접어지지 않는다. 2열을 접더라도 눕지 못한다. 사실상 차박은 불가능하다. 트렁크를 개방하고 걸터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용도가 제격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그르렁 소리가 들린다. 기존 기어 다이얼은 전자식 기어봉으로 변경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또렷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지난해 시승한 이보크 디젤 모델이 가솔린만큼 정숙성을 자랑했다면 이보크 가솔린은 디젤만큼 소음과 진동이 올라온다. 어쩐일일까.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 넉넉한 힘은 도심주행을 여유롭게 만든다. 고속에서도 출력 갈증은 없다. 밟는 만큼 시원스레 달려준다. 저속에서 변속 느낌이 이질적이다. 1단에서 2단,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갈 때 뒤에서 차를 잡아 당기는 듯 하다.
서스펜션 감각은 무난하다. 부드럽지도 그렇다고 단단하지도 한다. 불쾌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조율됐다.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했다. 의외로 딴딴하게 잘 붙들어 맨다. 스포츠카처럼 노면에 붙어 도는 느낌은 없어 불안하지 않다. 스포티한 주행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기름 게이지에 눈이 간다. 생각보다 연료가 빠르게 닳는다. 복합연비 8.9km/L의 압박이 강하다. 시내 주행에선 약 6~7km/L, 고속에선 10~11km/L 연비를 기록한다.
반자율 주행 장비도 챙겼다.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완전 정차까지 지원한다. 차선 유지 기능이 장착됐지만 중앙을 유지하진 못한다.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며 갈 지(之)자 주행을 한다.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이나 막히는 간선도로에서 유용하다.
무엇보다 이보크의 매력은 디자인이다. 세월이 흘러도 트렌드를 앞서 리드한다. 여러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디자인이다. 다만 레인지로버의 엔트리 모델임에도 7천만원대 높은 가격이 부담이다. 남과 다른 소형 프리미엄 SUV 구매를 고려하는데 6천만원대 중반 정도 프로모션이 걸려 있다면 엄지 척이다.
한 줄 평장점 : 세월도 비켜가는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디스플레이
단점 : 무거운 중량으로 사악한 연비, 예상보다 비싼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