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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확인…檢수사 의뢰"

신중섭 기자I 2018.12.11 14:00:00

인권위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발표
2008~2010년 靑인권위 블랙리스트 작성 확인
장애인인권활동가 사망 잘못 인정…명예회복 조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경.(사진=인권위)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인권위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음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또 2010년 장애인 인권 활동가 사망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유족 등에 사과할 방침이다.

인권위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인권위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간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교수·인권활동가·변호사로 ‘진상조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 전반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진상조사 결과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지난 2008년 10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인권위가 경찰 측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특히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지난 2009년 10월쯤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전 사무총장에게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하며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인권위는 직권조사·경찰징계 등을 권고했다”며 “이에 불만을 가진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기 위해 작성·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를 통한 조직축소는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아울러 2010년 장애인인권활동가인 고(故) 우동민씨가 인권위 사옥에서 점거농성 중 사망한 사실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인권활동가 등에 사과의 뜻도 밝혔다.

우씨 사건은 2010년 겨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인권활동가들이 당시 인권위 사옥인 금세기빌딩 11층의 배움터 및 사무실(8~12층) 등을 점거농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은 “인권위가 농성장에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활동보조인 출입 및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등 농성 참여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과정에서 우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우씨는 점거농성 중이던 2010년 12월 6일 오전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다. 이어 같은 달 23일 기침과 호흡곤란 등 증상을 겪다 이듬해 1월 2일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인권위는 “우씨의 사망이 인권위 청사 내 농성참여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인권위가 경찰에 의한 출입·엘리베이터 통제 등을 통해 활동보조인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 우씨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옹호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명과 책무가 있는 기관이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며 “고 우동민 활동가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및 인권위 차원의 인권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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