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저러스 "내달 모든 美매장 폐쇄·매각"…3만3000개 일자리 증발

방성훈 기자I 2018.03.15 11:14:43

''장난감 왕국''의 몰락…작년 9월 파산신청 후 청산 진행
WSJ "700여개 매장 폐쇄…일자리 3만3000개 사라져"
"美·英 이어 프랑스·스페인·호주도 청산 가능성"
"캐나다·아시아·중부유럽은 패키지 매각 추진"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대형 장난감 소매업체 토이저러스의 데이비드 브랜든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다음 달까지 미국 내 모든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할 계획”이라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미국 사업을 완전히 접겠다는 것이다. 브랜든 CEO는 그러면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에게는 60일 이상의 급여 및 수당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700여개 매장 내 3만3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스포츠용품 전문점인 더스포츠오소로티(The Sports Authority)가 460개 매장을 폐쇄하고 1만4500명의 직원을 해고한 이후 미국 소매업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의 청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0년 역사의 토이저러스는 지난 해 9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토이저러스의 파산은 아마존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월마트 등 대형 할인업체들의 저가·할인 공세에 밀린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매출하락 등 경영난에 시달렸고, 부채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정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은 차입매수 과정에서 떠안게 된 막대한 부채 때문이다.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베인캐피털파트너, 미국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보네이도리얼티트러스트는 지난 2005년 토이저러스를 66억달러에 차입매수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채권 투자은행인 라자드를 통해 빚을 돌려막는 식으로 채무 부담을 일부 덜었다. 하지만 지난 해 대형 가전 유통업체 래디오쉑(RadioShack)과 신발 할인업체 페이리스슈소스(Payless Shoe Source) 등 약 20곳에 달하는 소매기업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차환 대출이 어려워졌다. 이후 토이저러스는 만기가 돌아오는 50억달러 이상의 부채에 대해 올해까지 상환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채권단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브랜든 CEO는 또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호주 등 해외사업 역시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한편, 캐나다, 중부 유럽, 아시아 등지의 사업은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토이저러스는 전 세계에 약 16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6만명에 달하며 성수기엔 1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엔 토이저러스 영국 법인이 현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영국 내 100여개 매장이 폐쇄됐고, 유럽 사업 규모도 3분의 2로 줄게 됐다.

한편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미국 장난감 산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토이저러스의 글로벌 매출은 지난 해 110억달러를 웃돌았는데, 이는 미국 전체 장난감 시장 규모 270억달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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