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사과하는 데 앞에 “내가 한것은 아니지만”이라던가, “만약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혹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건 비겁하다는 거다. 잘못이 있다면 그 부분을 ‘쿨하게’ 인정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야,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할지가 명확히 보이는 법이다.
최근 불거진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과 이에 대한 회사 측의 대응은 쿨하지 못한 기업의 위기 관리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판매방송을 해주거나 좋은 시간대를 주는 조건으로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대표이사까지 비리에 연루된 데다 내연녀에 도박빚까지 거론되는 지저분한 실상이 낱낱이 노출됐다.
전현직 임직원을 비롯해 전 대표까지 구속됐지만, 롯데홈쇼핑측은 어떤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가 없다. 지난 4월 말 개선책을 내놓겠다며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릴레이 간담회을 열었지만, 정작 결과물은 여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직 결론을 못냈다”는 이유만 댄다.
유구무언으로 일관하는 롯데홈쇼핑은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이미 지난 (2012년) 일이고, 구속된 신헌 대표도 이전 사람일 뿐 지금의 회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논리다. 오히려 지난달 신 대표가 구속되자 사태가 일단락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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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일 열린 ‘롯데홈쇼핑 리스타트 2014’ 행사는 요즘 롯데홈쇼핑의 심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롯데홈쇼핑 전직원이 참가한 이 행사는 한 컨설팅 업체의 의뢰를 받아 침체된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물론 하던 사업도 열심히 해야 하고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챙겨야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사과와 반성이 먼저이고, 내부 단속은 그다음이다. 지금 롯데홈쇼핑은 빰 때린 사람이 자기 혼자 힐링 모드에 들어간 꼴이다.
롯데홈쇼핑은 그저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내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재승인을 앞두고 있다. 미래부는 롯데홈쇼핑의 인허가를 취소하고, 대신 중소기업 전용 채널을 허용해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롯데는 정부를 상대로 한 대관에 특히 강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롯데홈쇼핑이 막강한 로비력을 통해 이 상황을 어물쩍 넘어간다면, 그 최대 피해자가 역설적으로 롯데홈쇼핑 자신이다.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치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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