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결론지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승객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정부의 제재 수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종사 과실 원인 발표에 아시아나“책임 통감, 사과”
NTSB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나 사고 원인에 대해 항공기 하강 과정에서 있었던 조종사의 과실, 속도에 대한 적절한 관찰 부족, 회항 판단 지연을 꼽았다.
오토스로틀(자동 엔진출력 조정장치)이나 자동조종장치의 복잡성,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의 매뉴얼 부적절성도 사고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조종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NTSB의 조사 결과다.
아시아나항공은 NTSB의 조사 결과 발표 후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과실이 추정원인에 포함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조직과 훈련, 시스템, 안전문화 등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안전 강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앞으로 안전에 있어서 최고의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피해자 집단소송하면 보상금 늘어날 수도
1년여에 걸친 사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승객들의 보상과 아시아나항공의 처벌 수위로 옮아갔다. 당시 사고로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중 승객 3명이 숨졌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조종사 과실이 사고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승객들에 대한 보상은 온전히 아시아나항공의 몫이 됐다.
몬트리올조약(국제 항공운송 조약)이 정한 항공사 책임 한도액은 1인당 약 1억7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소송에 나설 경우 보상금액은 더 많아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 보상에 관대한 미국에서 집단적으로 소송이 이뤄지면 보상금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인 피해자 12명은 사고기 제조사 보잉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면, 소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사망자 3명을 제외한 승객 전원에게 보상금 1만 달러를 선지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가입된 항공보험으로 승객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LIG손해보험을 비롯해 9개 보험사의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다. 항공기 1억3000만 달러, 배상책임 22억5000만 달러 등 총 23억 8000만 달러 규모다.
보험사는 이미 아시아나항공에 파손된 기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추후 아시아나항공과 승객들의 협의와 소송 결과에 따라 최종 보상금액이 정해지면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망자 수가 많지 않고 사고 당시 건물 피해 등이 없어 배상책임 한도 내에서 보상금 지급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말 국내서도 제재… 최대 90일 운항정지 가능
국토교통부는 NTSB와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NTSB 최종보고서는 다음 달 말께 나올 예정으로, 국토부의 제재는 그 후에 결정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대해 각각 최대 60일과 30일 총 90일 운항정지를 당할 수 있다.
항공법은 사망자와 중상자 수에 따라 운항정지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사망자는 3명이며 중상자는 49명이다. 중상자 2명을 사망자 1명으로 간주하므로 사망자는 27명인 셈이다. 이 경우 ‘사망자가 10명 이상 50명 미만’인 경우로 운항정지 60일에 해당한다.
또 ‘항공기 또는 제3자의 재산피해가 100억원 이상인 경우’라는 조항에 따라 추가로 운항정지 30일 처분을 받는다. 다만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운항정지 일수는 감경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사고에 대해 민감한 정부가 높은 수위의 제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사이판 노선에서 안전규정을 위반해 운항한 것으로 최근 7일간의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는 1997년 대한항공이 괌 사고 이후 받은 3개월 운항정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