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나원식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비은행을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 자영업자, 하우스푸어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한국은행은 대규모 부실화에 대비해 배드뱅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가계부채 정책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가계부채 962조…비은행 대출 ‘빨간불’
3월말 기준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계신용 기준)는 961조6025억원에 달했다. 은행(462조4000억원)과 비은행 대출(445조7000억원)을 비롯해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회사,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신용(53조6000억원)을 합한 규모다. 가계부채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7.6%씩 늘어나며 경상 GDP성장률(5.9%)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36%로 2007년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중이다.
특히 2007년부터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저신용 다중채무자 등 가계부채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말 가계대출 중 비은행 대출은 2008년말보다 51%나 증가했다. 은행의 증가율(19%)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대적고금리인 비은행 가계대출은 2003년 148조5000억원에서 지난 3월말 313조1000억원으로 111%(164조6000억원)나 증가했다. 이가운데 상호금융은 전체의 58%인 182조1000억원으로 10년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소득, 자산 등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부채를 보유하거나 경제여건 악화시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다중채무자(3개 금융기관 부채 보유자) 비중도 상당히 높아 가계부채 부실 뇌관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채무상환비율(DSR) 40% 초과 가구수는 전체의 14%이지만 금액으로는 33%에 달했고, 다중채무자 역시 차주 기준으로 16.6%였으나 금액으로는 29.6%나 됐다. 특히 비은행만을 이용한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0년말 15.9%에서 지난 3월말 17.9%로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저신용,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담보가에 비해 대출금액이 많은 차주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취약부문 리스크를 정밀 분석할 것”이라며 “대출 급증 등 잠재위험이 큰 상호금융조합에 대한 상시감시와 현장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취약계층 지원 강화해야”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데 대해 정부는 부동산 과열에 따른 주택가격의 빠른 상승,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 생계형 차입수요 증가, 저금리 기조, 유동성 확대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자영업자,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 경감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점진적 부채조정이 이뤄지도록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건전성을 높이고, 현재 14%수준인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2016년말까지 30%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하는 경우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채무재조정도 보다 광범위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컨틴젼시 플랜 마련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노력을 지속하면서 다주택자 등 양도세 중과폐지, 단기보유 양도세 중과완화, 분양가 상한제 신축적 운영 등 규제를 합리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조경제 실천 계획과 고용률 70% 로드맵을 차질없이 추진,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의지도 표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등 서민금융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금융연구원에서 소득분위별, 연체기간별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