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D-365’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전력가격이 거의 현실화된 가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경영보고 행사에서도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고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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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사장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연내 인상은 없다’는 지경부 방침에 각을 세웠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전력거래가격 책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 제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와 지경부 안팎에서는 공공연히 김 사장의 경질설이 나돌았다.
경질설이 나온 뒤 두문불출하던 김 사장이 이틀째 공개석상에 나와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사장은 이날 “전력 판매 가격이 생산단가보다 낮은 게 5년째 지속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정부와 올해 많이 협의했다”며, 전기 요금 현실화와 관련해 정부와 교감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 쪽에선 전기요금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경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정부는 그 동안 올해 공공요금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에 걸쳐 얘기해 왔다”면서 “그 방침에서 변한 건 없으며, 내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선 아직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사장의 의도대로 전기요금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지금 가격에서 최소한 10%가량 올려야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밀어붙이기에는 명분도 약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최모씨 등 한전의 소액주주 28명이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하게 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지경부는 물가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전기요금을 산정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산정하더라도 법령을 위반했다거나 임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지경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결정은 전적으로 정부 승인이 전제돼야 하는 사안으로, 한전 사장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는 인식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