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방향 자체에는 정당성이 있다. 비거주·다주택자의 보유 비용을 높여 ‘투기적 수요’를 줄이고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돌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시장에 나온 주택을 실수요자가 실제로 사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그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높이면 매물은 늘어도 거래가 따라붙지 않을 수 있다.
세부담의 주 대상인 고가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이미 거래가 위축돼 있었는데 세제 강화 때문에 순환이 더 어려워진다. 중저가 주택도 대출 한도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융기관 가계대출 총량관리 등으로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얇은 상태에서 매도 압박만 강해지는 셈이다.
매매시장의 낮아진 유동성은 결국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비거주 1주택자인 집주인은 매도보다 실거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임대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임대를 유지하는 다주택자는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정부 의도와 달리 전·월세 물량은 줄고 임대료는 상승하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자가 실수요 중심의 정책은 성공적으로 작동할 때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세입자가 부담을 떠 안아 오히려 임차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세제개편안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투기수요 억제가 매매가 안정으로 이어지고 비거주·다주택 매도 물량이 실수요로 흡수돼야 한다. 감소한 임대 공급이 자가 전환과 공공 등 다른 형태의 임대로 대체되는 조건도 함께 충족돼야 한다. 세제·금융·공급 정책이 정합적으로 설계되고 병행돼야 실거주 유인 강화가 임차인 주거 안정과 양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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