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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이번 조정 과정에서 최근 연료비 도입단가 하락으로 올 4분기 6.4원/㎾h의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고 정부에 전했다. 즉 전기요금을 최대한도인 5원/㎾h 내려도 된다고 알린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황과 앞선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에 상당한 점을 고려해,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3분기와 동일한 +5원/㎾h을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한전이 총부채 203조원의 재무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한전은 지난 2022년을 전후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3년간(2021~2023년) 총 4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그 여파로 빚이 지난 6월 말 기준 202조8905억원까지 불었다. 677조원 규모의 2025년 정부 예산안의 30%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한전은 정부의 승인 아래 2023년 이래 전기요금을 50% 남짓 올렸으나, 천연가스 도입 단가가 평년의 3배 이상 뛰었던 당시의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하며 한전도 흑자 전환했으나 연 4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이자 부담을 메우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해 온 전력산업계는 정부와 한전의 이번 결정에 실망하고 있다. 정부·한전은 통상 (발전)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과 함께 전기요금 전반의 조정 여부를 함께 결정해왔는데, 이번엔 요금 인하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을 뿐 인상 결정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 주가는 이날 8.43% 주저앉은 2만1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말일까지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요금 외에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으로 구성된 만큼 나머지 항목을 조정함으로써 추후 요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분기 요금이 적용되는 분기 말일(9월30일) 혹은 그 이후에도 요금을 조정한 전례가 있다. 전력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안덕근 장관은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질문에 “폭염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웬만큼 정상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기업과 서민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현 시점에서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 전기요금을 50% 가까이 인상하며 국민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며 “한전 등 공공기관의 재무구조와 에너지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