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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고영한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임기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강제징용’ 재판을 거래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법관 부당 사찰·인사 불이익·불법 동향 수집·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집행 등 40개가 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명의 대법관 역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에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종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을 청와대 관심사건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관 등의 행동이 법관의 재판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법관 독립을 중대히 침해한 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해 특별재판소를 요구하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사법 제도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철저히 무시됐고 재판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법원은 직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무상 독립이 요구되는 수사, 감사 등 각종 심의 평가에 대한 외압을 관용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왔다”며 “그러한 법원이 재판 업무 담당 법관에 대한 외압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고 선언한다면 어떤 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번 사법농단 사태를 개인적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법관들이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적으로 통상 업무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직무의 범행”이라며 “단건이 아닌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文 직격한 양승태 “음흉한 정치세력이 배경”
최후진술에 나선 양 전 대법원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직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음흉한 정치세력이 바로 이 사건의 배경이며 검찰은 수사라는 명목으로 첨병 역할을 했다”며 “수사가 아니라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 넣을 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먼지털기 행태의 전형으로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대법원에 와서 법원 가족을 앞에 두고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며 “대통령이 전례 없이 참석한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한 것이며 당시 정치세력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은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과거를 지배함에 나섰다”며 “수사 상황은 중계하듯이 보도됐고 재판거리나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허황되고 왜곡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지면을 장식했다”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농단 재판은 2019년 2월 시작한 이후 4년 7개월 만에 결론을 내리게 됐다. 공판만 276차례 진행됐고 검찰은 증인으로 211명을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는 재판이 자주 열리지 못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아 공판이 미뤄지기도 했다.
이같이 오랜기간 이어진 재판으로 인해 재판부는 약 3개월 뒤인 오는 12월 22일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