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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경기도내 초·중·고등학교에 때아닌 낙석 경계령이 떨어졌다. 준공된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학교에서 창문 인방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등 도내 학교 곳곳에서 인방 탈락 위험이 감지되면서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인방 보수·개선 관련 예산은 별도 책정되지 않아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상반기 경기 남양주 소재 A초등학교에서 길이 1m가량의 창문 하인방이 탈락해 아래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본닛과 유리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방’(Lintel)이란 건물의 출입구나 창문 등 개구부(開口部)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걸쳐지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위치에 따라 상인방, 중인방, 하인방으로 나뉘며 통상 설치된 부분에 따라 문 인방 또는 창문 인방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같은 콘크리트 소재 인방이 외부에 노출된 탓에 세월이 지날수록 부식되면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남양주 A초등학교 사례처럼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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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30년 미만 학교에서도 인방 탈락·균열 속출
실제 지난 8일 경기도내 초·중·고등학교 한 곳씩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창문인방 일부가 탈락해 있거나 균열이 발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시 영통구 소재 B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가는 필로티 바로 위에 위치한 창문 하인방에서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져나간 모습이 포착됐다. 인방이 탈락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자칫 학생들 머리 위로 떨어졌을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수원시 팔달구 소재 C중학교는 건물 전체를 둘러싼 창문 상인방을 수직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균열이 보였다.
안산시 상록구 D고등학교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건물 곳곳에서 창문 하인방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간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4708개 학교 중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시설은 1001개교로 전체 학교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창문 인방 탈락 또는 균열이 발견된 학교들의 경우 수원 B초교와 C중교는 1997년, 안산 D고교는 1999년 설립된 준공 30년 미만 학교들이다.
심지어 인방 탈락으로 재산피해가 발생한 남양주 A초교는 2014년 개교한 학교로 불과 준공 10년도 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인방 균열·탈락 현상에 대해 “인방과 같은 외부에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기온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아 균열이 일어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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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인방 개선 예산 없어, 사고가 나야 신청 가능
상황이 이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의 교육환경 개선사업 예산 중 인방과 관련된 별도 예산은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도교육청은 올해 학교 외벽개선사업으로 드라이비트 교체 790억 원과 치장벽돌 안전개선 160억 원만을 편성했다.
지난해 남양주 A초등학교 역시 차량 파손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긴급안전예산을 신청, 보수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도내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시설물에 관한 예산은 대부분 화장실 개선이나 출입문 교체 정도만 있지 인방 탈락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며 “설사 보수를 하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산 신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남양주 A초등학교의 경우 인방 문제가 아니라 골조 밖에 위치한 미장이 떨어진 문제”라며 “인방 관련 예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