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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공항 사장이 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해임된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20일 인천공항공사와 구본환 사장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달 26일 구 전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로써 공사는 현 김경욱 사장에 이어 구 사장이 복직해 2명의 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재판부는 “원고가 허위보고를 했거나 인사권 남용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해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따라 구 전 사장은 공사에 사장 복직을 요구했고 이달 8일 복직했다. 정부는 1심에 불복해 지난 10일 항소했다.
구본환 사장은 “1심 판결에서 해임이 취소됐고 항소심까지 복직이 유지된다고 결정됐다”며 “사장 권한은 이달 8일부터 부여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대표인지 각자 대표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결정이든 상관 없이 사장 업무에 충실하겠다”며 “공사에서 내 사무실 위치 등을 검토 중이다. 사무실이 마련되면 컴퓨터 등이 설치될 것이고 문서 결재와 경영진 회의 참석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앞으로 차량 지원, 급여 지급, 보험 가입 등의 절차가 이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이다.
2019년 4월 제8대 사장으로 취임한 구 사장은 임기 3년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해임됐다. 국토교통부는 구 사장이 2019년 10월 국정감사 때 태풍 위기에 부실 대응하고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해임이 의결되자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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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해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로 인천공항은 2명의 사장이 경영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 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했다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사장의 해임 당시 공사 안팎에서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일어난 ‘불공정 논란’ 책임으로 정부가 ‘해임 카드’를 꺼냈다는 말이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구 사장의 소송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올 2월 취임한 김경욱 제9대 공사 사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다. 김 사장이 귀국하면 입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산하 기관 중 소송으로 사장이 2명이 된 곳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2번째로 알려졌다. 지난해 해임된 최창학 전 LX 사장은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올 초 복직했다. 최 사장은 올 7월까지 임기를 지내며 김정렬 사장과 함께 업무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