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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미국 명 에버그란데)의 경영 위기로 ‘중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해진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헝다그룹이 부채가 3000억달러(약 353조원)에 이르고, 최근 회사채 거래가 중지되는 등 파산 위기에 직면하자, 시장에서는 헝다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해외 증시에도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헝다그룹, 리먼브라더스 연상시켜…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
투자자문회사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고객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몇몇 사람들은 헝다그룹 파산이 미국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비슷한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헝다그룹의 큰 회사 규모가 한때 미국의 4대 투자은행(IB)였던 리먼 브라더스를 연상케 해, 중국발 세계 금융 위기까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2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100억달러(약 129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지난 2008년 주택 담보 투자로 수익을 올리던 리먼 브라더스가 지나친 차입금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파산하며, 국제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월가 전문가 다수 “영향 제한적…중국 당국 나설 것”
대다수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이며, 적어도 아직까지 미 증시에 영향을 끼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헝다그룹의 파산과 중국 부동산 회사의 재정적 문제가 미국 경제와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헝다그룹의) 디폴트가 금융 위기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국 당국이 사전에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경제전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아담 이코노미스트도 “헝다 사태가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라는 비유는 지나치다”며, 헝다그룹의 붕괴가 세계적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공동 창립자는 헝다 문제를 “중국 내 신용 문제”라고 일축하며 중국 당국이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코톡은 “(현재) 미국 기업이나 금융시장에 여파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중국 내 파장 일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헝다 그룹이 파산하면 적어도 세계 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헝다그룹은 현금 보유를 늘리기 위해 몇몇 프로젝트의 작업을 중단했는데,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이었다고 재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가이 르바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