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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과 세종을 하나로 통합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세종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제안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허 시장의 대전·세종 통합 제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정치권과 공직계, 시민들은 “뜬금없는 주장”이라며 비현실적인 몽상(夢想)이라고 일축했다.
허 시장은 지난 23일 대전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미 공동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전과 세종은 행정수도의 실질적 완성과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며 “이를 위해 대전-세종의 통합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행정수도 완성의 당위성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다 할 것”이라며 “대전과 세종이 통합하면 인구 200만 이상의 광역도시로 행정수도의 기반이 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중부권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균형발전 뉴딜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대전과 세종의 상생 협력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시민사회, 정치권 등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숙의해 나가고, 필요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시장의 이번 제안은 그간 대전시와 세종시가 경제와 문화, 체육 등 동일 생활권으로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구역까지 통합, 전국 최대 규모의 메가폴리스를 건설하자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세종시는 “전혀 논의된 바도 없고, 고려할 생각도 없는 안건”이라고 일축했다.
경제권과 생활권 통합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찬성이지만 행정구역 통합은 별개라는 것이 세종시 입장이다.
세종시 한 고위 관계자는 “대전시와 사전에 어떤 내용도 협의한 바 없고, 허 시장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 지역주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해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대전시가 충남 금산군과 통합을 추진했지만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허 시장의 이번 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허태정 대전시장의 통합 제안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몰이해이자 국가균형발전에 반하는 발언”이라며 “양 도시의 경쟁적 협력을 통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과 세종의 행정 통합이라는 허황된 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심을 어지럽히는 허 시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그간 대전시는 세종시 성장과 함께 인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면서 “행정수도 논의가 재점화된 상황에서 대전시장이 행정수도를 100%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는 행정·정치적 고려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행정구역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주민 공감대가 형성된 후 주민투표를 하거나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통합을 의결하면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어 행정안전부가 승인하면 통합시 특별법을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