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유화 정책으로 인한 수출입 확대는 교역산업의 전망을 밝게 해 기업의 적극적인 생산성 증대 노력을 견인할 수 있는데 자칫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정책지원이 이뤄지면 좀비기업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1990년대 이후 무역자유화와 한국 제조업 생산성 변화’ 보고서에서 “무역자유화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수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할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서 “수입의 확대로 인한 ‘시장경쟁 강화’는 수입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심화시켜 한계기업의 퇴출을 야기하는 역할을 하는 양날의 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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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1991년부터 2017년까지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에서 사업체 단위 통계를 수출입 통계와 연계해 1991~1997년을 제1기, 2002~2007년을 제2기, 2012~2017년을 제3기로 정의했다.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를 겪었던 외환위기 기간(1998~2001년)과 세계금융위기 기간(2008~11년)은 제외했다. 수출입산업에는석유정제품·화학·철강·비철금속·전기·전자 산업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무제품 등 경공업, 자동차·조선 등 수출주도산업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섬유·종이·인쇄·시멘트·금속주조·가구 등 비교역재 산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인 제2기에는 비중이 증가했으나 제3기에는 크게 감소했다.
퇴출된 사업체 수 비중은 제1기에는 수출주도산업, 제2기와 제3기에는 수입경쟁산업에서 가장 높았다. 퇴출사업체 비중이 가장 높았던 제1기에서 모든 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3기의 경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무역량 증가 정체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EU,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FTA를 체결했다. 제3기에는 주요 교역국과의 FTA가 발효됐음에도 평균 실효관세율의 하락폭과 수출입 증가율이 크지 않았다.
반면 제2기는 수출과 수입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무역환경 변화가 교역산업 존속사업체의 적극적 생산성 증대 노력을 견인했다. 이는 평균 실효관세율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2001년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수출과 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18%를 상회하는 무역 팽창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송 연구위원은 “무역자유화로 인한 퇴출의 긍정적 영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이해서는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중심을 기업 지원에서 근로자 지원으로 이동하고, 실직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기업에 융자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송 연구위원은 “한국 무역조정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금의 대부분이 FTA 피해기업의 융자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운영방식은 생산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FTA 피해기업의 퇴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아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퇴출의 순기능 발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돼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는 재교육 등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