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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촛불집회]150만 촛불집회에 연행자 '0명'…평화가 분노를 이겼다

이승현 기자I 2016.11.26 23:25:55

청와대 200m까지 질서정연하게 행진
일부 예정시간 넘어 남았지만 경찰과 충돌은 없어
시위대, 무리한 진출없이 시위 진행
자발적으로 쓰레기 수거 등 거리청소 나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왼쪽) 오후 8시 정각 촛불을 끄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촛불의 바다’가 일렁인 광장이 어둠에 휩싸였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데일리 사건팀] 역대 최대 규모인 15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26일 박근혜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가 별다른 충돌없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눈발까지 겹치면서 집회 참여 인원이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눈발이 그치자 서울 전역에서 몰려온 시민들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는 인파로 넘쳐났다. 시민들은 이날도 물리적 충돌없이 차분하게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서울 150만·전국 190만 역대 최대 집회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이날 오후 9시 40분 기준 서울 광화문 일대에 150만명이 운집했고 지역 주요 대도시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 수까지 더하면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19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도심에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모인 것으로 집계된 지난 12일 3차 촛불 집회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 보다 많은 인원이다. 또 19일 서울 도심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인 95만명(서울 60만명·지역 35만명)도 뛰어넘는 규모다.

이날 오후 6시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열린 사전행진에서 시위대는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신교동 로터리(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했다. 35만명(주최 측 추산)이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인간띠를 연결해 눈 앞에 보이는 청와대를 둘러쌌다. 시민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질서있게 이동했고 집회 장소에선 폴리스라인을 준수했다.

다만 일부 시위대는 행진 허용 시간인 오후 5시 30분을 넘긴 뒤에도 광화문광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행진권을 보장하라”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오후 6시가 넘자 방송을 통해 ‘약속한 행진 시간이 끝난 만큼 광화문 광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 병력들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콘서트장 방불케 한 문화 행사

오후 6시 시작된 본 행사는 ‘박근혜 아무 것도 하지 마라’는 영상과 함께 막이 올랐다. 가수 양희은씨와 안치환씨의 공연으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무대에 오른 안씨는 “어떤 바다보다 아름답고 숭고한 ‘촛불의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며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런 무대”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바꿔 열창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침회 참가자들은 촛불 파도로 장관을 연출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안드레(27) 대학생시국회의 공동대표(동국대 총학생회장)는 “4·19 혁명과 6월 항쟁 등 선배들이 민주화를 위해 부르짖었던 역사를 기억한다”며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는 대학생이 민주화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최종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는 30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농민은 일손을 놓고 소상공인은 가게 문 닫고 학생은 동맹휴업을 통해 국민 저항의 힘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오후 8시 정각.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촛불의 바다’는 일순 암흑으로 바뀌었다. ‘어둠에서 다시 빛을 밝히자’는 의미를 담은 ‘저항의 1분 소등 행사’가 1분간 실시됐다. 촛불은 잠시 꺼졌지만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외침은 이어졌다. 운전자들은 1분간 경적을 울리며 저항에 동참했다.

박근혜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 현장에 등장한 ‘하야하소’. (사진=퇴진행동)
◇150만 집회에도 연행자 ‘0’명

본 행사를 마무리 한 시민들은 오후 8시 10분경 청와대 방면으로 2차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최모(38·여)씨는 “아이들 입에 ‘하야하라’ 말이 붙을 정도라면 돌이킬 수 없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로사거리에서 출발한 9개 경로 행진도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새문안로와 정동, 서소문로, 종로, 소공로, 을지로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내자동 사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내자동 사거리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차량에 설치한 전광판을 통해 “집회 시위자 여러분, 준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선진시위 문화를 정착해 갑시다”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을 둘러싼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부착하며 충돌을 피했지만 정부를 향한 비판에는 거침이 없었다. 경기 광주에서 온 박모(54)씨는 “한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정철학도 없을 수가 있나”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정경유착과 최순실이냐”고 꼬집었다.

경찰은 280개 중대 총 2만 50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청와대 인근 행진 및 집회 지점, 광화문광장 등에서 집회시위 관리를 했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경찰에 연행된 집회 참가자는 없다.오후 10시가 넘어가자 참가자들이 도로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며 거리를 청소했다. ‘쓰레기 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든 한 학생은 미리 준비한 쓰레기봉투에 집회 참가자들의 쓰레기를 수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면접 시험을 보고 왔다는 안모(19)군은 “시민들이 이렇게 애를 쓰는데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왔다”며 “가만히 서 있으면서 쓰레기를 받는 정도이니 별로 힘들지 않다”고 웃었다.

2시간 동안 2차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자유 발언과 시국토론 등을 밤새 이어갔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아이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대치현장에서 촛불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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