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계좌 개설 활발해질까..복잡함·보안성이 걸림돌

최정희 기자I 2016.01.07 14:29:28

銀, `비대면 실명 확인` 계좌 개설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 등 모바일뱅킹 지각변동 대비 전략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에 적극 나서면서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계좌를 만드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날지 주목된다.

은행들이 자사 모바일 뱅킹을 통해 비대면 실명 확인에 나서는 것은 올해 상반기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계기로 모바일 뱅킹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복잡함과 보안 문제 등으로 비대면 실명 확인이 실제로 얼마나 활발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출처: 각 은행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위비뱅크를 통해 위비모바일대출 등의 고객에 한해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초 은행권 최초로 써니뱅크를 통해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내놨다.

IBK기업은행은 기존 기업은행 거래 고객이 아니더라도 ‘헬로 i-ONE’을 통해 비대면으로 입출금, 적금 등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도 조만간 스타뱅킹을 통한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은 관계자는 “타행의 인터넷, 모바일 뱅킹 이용 고객을 자사 모바일 뱅킹에 유치하기 위해 비대면 실명 확인이라는 채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은의 모바일 뱅킹, i-ONE뱅크의 일평균 상품가입실적(좌수 기준)은 60개 영업점의 일평균 실적에 맞먹는 수준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i-ONE뱅크 등 비대면 채널 상품 판매를 전 영업점의 40% 수준까지 키울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비대면 실명 확인 계좌 개설을 도입한 은행들은 가입자 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일단 복잡하다. 주요 은행들의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은 △신분증을 촬영하거나 스캔한 후 전송하고 △기존 계좌(타행도 가능)에서 지정한 계좌에 소액을 송금하고 △휴대폰(공인인증서) 본인 인증을 거치는 3~4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에선 고객 정보를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필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해보면 5분여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도 “기존 계좌에서 소액을 송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객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계좌 소액 송금 방식이 복잡해 스크래핑 기술(인터넷 스크린에 보여지는 데이터 중 필요한 자료만 추출해내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보안 문제 등으로 거절당했다”며 “복잡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은행에선 지문, 홍채 등 생체 인식을 추가로 도입해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홍채 인증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이를 비대면 실명 확인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그룹사 공통으로 지문인증, 홍채, 안면, 음성 등에 대한 생체 인증을 개발해 연내 도입키로 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문, 홍채 인식 등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태처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보안 등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히 진보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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